병원 검사를 예약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아는 언니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언니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나를 대신해 아이를 위한 계획을 세워줬다.
우선 언어치료와 심리치료 그리고 뇌 훈련센터에 다녀보길 권했다.
나는 그 치료들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판단할 수도 없을 만큼 뇌가 멈춰있는 상태였다.
무작정 언니가 알려준 치료실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를 바로 데리고 올 수 있냐는 말에 망설임 없이 가겠다고 했다.
치료실에 도착하니 수업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내 아이보다 괜찮아 보였다.
하루살이처럼 겨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통제되지 않는 아이는 너무나 버거웠다.
처음 온 곳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낯설어하는 모습이 없었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또 앉혔지만 가만히 있지 않았다.
솔직히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치료실 상담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나도 울고 하늘도 울고 있었다.
아무리 빗물을 닦아내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차에 태우고 한참을 빗 속에 머물러 있었다.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나를 부른다.
"엄마, 이리 와보세요."
"지금 저녁 준비하고 있어서 네가 와야 하는데."
방 안에서 무언가를 챙기는 소리가 들린다.
두 손을 뒤로 하고 나에게 다가온다.
"엄마, 눈 감아보세요. 눈 뜨면 안 돼요."
나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내밀었다.
아이가 부스럭거리는 무언가를 손 위에 올려놓았다.
눈을 뜨고 손을 바라봤다.
작은 과자였다.
"어디에서 난 거야? 네가 샀어?"
"피아노 학원에서 준 거예요. 엄마 드리려고 갖고 왔어요."
감사하다.
너의 마음에 감사하다.
작은 것 하나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