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를 데리고 새로운 병원에 나는 날이 되었다.
그 곳은 교육청과 연계된 곳이었고 의사는 지역 신문과 뉴스에 여러번 나왔던 사람이었다.
여기에서 만큼은 아이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퇴근 후에 아이를 태워 병원으로 달려갔다.
예약한 시간은 5시 30분.
나와 아이가 병원에 가는 걸 방해라도 하듯 차가 막혀 움직이지 않았다.
또 이렇게 하늘은 나를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진료 시간이었기에 어떻게든 가야했다.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병원 앞에 도착했을 때 병원 현관 밖까지 나와있는 신발이 보였다.
들어가기 전에 슬리퍼로 갈아신고 문을 열었다.
분명 마지막 진료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사람들은 모두 다 괜찮아보였다.
이 사람들은 모두 다 무슨 일로 여기에 왔을까?
각자의 사정이 있는 듯 그 누구도 말이 없었다.
아이의 이름이 불렸고 나와 아이는 진료실로 들어 갔다.
의사는 아이에게 ADHD적 성향이 보인다고 했다.
정확한 건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으니 예약을 잡으라고 했다.
진료실에서 나가 검사비용을 결제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또 돈이 나간다.
언제까지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병원을 다녀야 할 지를 생각하니 막막함이 몰려왔다.
밤 11시가 조금 넘자 아이가 자겠다며 인사를 하러 왔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너도 잘 자렴."
"엄마, 꿈나라 기차 해주시면 안 돼요?"
꿈나라 기차는 아이가 어릴 때 잠들기 전에 이불을 높게 들어 올렸다가 몸 전체를 덮어주는 놀이였다.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안해줬었는데 아이는 그 때가 생각났나보다.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
아이는 침대에 눕고 나는 이불을 들었다.
"자, 꿈나라 기차 출발합니다."
이불이 스르르 아이의 몸을 덮는다.
이불 속에서 얼굴만 꺼내 꼬옥 안아준다.
"사랑해, 그리고 잘 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