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아이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IQ 60, ADHD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지금부터 바로 약을 먹기를 권했다.
아이는 자신의 결과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진료실 안에 있는 물건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의사는 돌아다니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좋아질 수 있냐는 질문에 그냥 약을 먹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혹시 약을 먹고 아이가 힘들어하면 병원으로 연락을 하라고 했다.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여야 했다.
아이는 약을 먹고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병원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용량이 많을 수도 있으니 1/2로 나눠서 먹여보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넘게 약을 먹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약을 먹은 아이는 그저 어지러움 때문에 누워있을 뿐이었다.
모든 생활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미래란 없었다.
그저 이 시간을 꾸역 꾸역 살아낼 뿐이었다.
나는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함이 심해졌다.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 피해다녔다.
직장 생활마저 어려워졌다.
떠나고만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 재활용품과 쓰레기 봉투를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아이는 박스에 담겨있는 재활용품을 혼자서 분류해서 버렸다.
플라스틱 물병은 농구를 하듯 멀리에서 던져서 버리기도 했다.
아이를 바라보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면 아이는 배시시 한 번 웃어준다.
재활용품을 모두 다 버리고 우리는 손을 씼었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았다.
"오늘 엄마랑 분리배출 잘 했으니까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아이는 큰 소리로 "네!"하고 대답을 한다.
너와 다정히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내가 온전히 너를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