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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리 Sep 28. 2023

와초보운전

초보운전자의 운전기

키를 눌러도, 손잡이 버튼을 눌러도 차문이 열리지 않았다.


차가 왜 이러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초보운전자는 눈앞이 까매졌다. 보험사 전화도 두근두근하고, 용어도 못 알아들을 거 같다고 슬그머니 남편에게 미루려는데, 남편은 이 차의 주 운전자로서 경험치를 쌓으라고 했다.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걸었다. 안내음성을 끝까지 들은 후 2번을 눌렀다.


“차번호요? 앞자리까지요? 잠시만요!”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여 번호를 불러줬다. 상담원은 기사님이 전화드릴 거라고 했다. 휴우, 이제 한 걸음 뗐군, 하자마자 ‘010’으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가 떴다.

기사님과 약속을 잡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드릴 게 없었다. 음료수를 사다드릴까, 과자를 사다드릴까, 종종거리다가 처음이니까 그냥 부딪혀보자, 맨몸으로 나가기로 마음 먹고 의자에 앉았다.


5분 뒤에 도착하신다기에 벌떡 일어나 나갔다. 노란색 작은 등을 단 차가 있었다. 보험차가 맞는지 몰라서 지나쳐 갔는데 내 쪽으로 왔다.      


“안녕하세요.” 맞인사 후 “차 키가 안 먹어요.”


기사님이 스마트키에서 꺼낸 키가 헛돌았다.


“공키인가 봐요. 이러면 강제로 열어야 하는데…”

“네? 다른 키 가져올게요. 잠시만요.”


공키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런 바보, 그런 것도 모르다니. 차의 세계는 또 하나의 집을 마주하는 것처럼 용어도, 사용법도 죄다 낯설다.     

키를 가져와 운전석을 여니 기사님이 보닛 열림 버튼을 누르고 문 옆에 있는 차 연식을 확인하셨다. 거기에 그런 버튼과 그런 정보가 있구나 하며 눈이 커졌다.

보닛을 열어 배터리를 보시더니 “초록색이네요. 보세요. 아직….” 하고 어떤 기계를 갖다대니 좌우로 바늘이 왔다갔다 흔들렸다. 다급하게,


“완전 방전된 것 같아요. 바꾸셔야 해요. 충전해드려도 아마 시동 끄면 다시 시동 안 걸릴 거예요.

배터리도 2년 됐네요. 요즘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어서 2년이면 바꾸셔야 해요.

저희가 사제보다 싸게 바꿔드려요. 다른 데 가시면 14만 원인데, 저희는 13만 원에 해드려요. 현금으로 하시면 12만 원….”     


생초보라도 초록색이 안 좋은 시그널일 리는 없다는 직감이 들었다. 남편과의 통화로 시간을 벌고 그냥 충전만 해달라고 했다.

기사님은 충전해주시고 시동을 걸어보라고 하셨다.

부릉- 다행히 시동이 켜졌다.

30분 동안은 절대 시동을 끄지 말라고, 나중에 알림톡이 오면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혹시 배터리가 또 꺼지면 자기에게 연락달라며 명함을 주고 가셨다.


기사님을 보내고 10분 정도 휴대폰을 하다가 시간이 아까워졌다. 떠나자! 15분 거리의 작은 목표를 선정해 왕복 30분 운전을 클리어 하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주차까지 깔끔했다며 콧노래를 불렀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 긴장하며 시동을 껐다가 켰다. 시동이 걸렸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엉덩이를 씰룩대며 문을 닫았다.


다행히 이후 스케줄인 아이 학원, 소아과까지 무탈하게 주행했다.


면허 딴 지 4년 차,

운전경험 5달 내외,

차주 된 지 2주차.


보험사도 불러보고, 눈탱이도 피해가고, 평행주차도 두 번째치고 흡족하게 성공했다.

공부거리가 늘어난 것이 마뜩잖지만 배울수록 지경이 넓어지겠지, 누구나 초보일 때가 있는 거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왕 초보에서 이응 정도는 빼도 되는 거 아닌가, 스스로 다독여본다.


나는야 ‘와! 초보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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