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하러 절에 가나? “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남편이 묻는 말이다.
“백중 기도하러 가지.”
“그게 뭔데? “
“음력 7월 보름에 돌아가신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는 거야.”
“왜 그날만 해야 돼?”
남편의 질문을 듣고 나서야 나 또한 이 날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중에 목련존자라는 분이 있었다. 그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가 출가를 하게 된다. 혼자 남겨진 어머니는 남편이 남기고 간 많은 재산을 가지고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로 생활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신통이 뛰어난 목련존자가 어느 날 삼매에 들어 어머니가 사후에 어디에 계시나 찾아보니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볼 수가 없었던 그는 부처님께 어떡하면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할 수 있는 가를 물어보게 된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음력 7월 보름(우란분절, 오늘날의 추수절)에 100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를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그 날이 되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지옥에 가 보니 어머니는 지옥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무간지옥에 갇혀있었다. 무간지옥이란 맞붙어있는 두 산 사이에 옴짝달싹 못하게 끼어있는 것을 말한다.
옥졸이 그 어머니에게 나오라고 하자 ‘내가 살아생전에 지은 죄가 헤아릴 수가 없는데 여기서 나간다한들 더 좋은 곳에 갈 수는 없을 것이니 그냥 여기에 그대로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존자는 이미 참회를 하여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오게 된다.
남편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백중기도를 하면서,
나는 정말로 목련존자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내 조상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었는가?
사실 나는 조상님들을 위한 마음보다는 그들이
내 딸
내 아들
내 남편을 보살펴 주시고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해 달라는 기도만을 줄~창 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조상 중에 지옥에 떨어진 분이 계신다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나쁜 짓을 하더니 결국엔 지옥에 갔구나 라는 생각만을 했지 그들의 고통에 연민심을 느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미 돌아가신 먼 조상들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살아계신 양가 부모님들께는 어떤 마음이었나?
이래서 서운하고, 저래서 화가 나고
온통 부모님께 서운한 마음뿐이었다.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해 본 적은 아주 가끔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야 말로 백중, 우란분절의 참다운 뜻을 기리는 기도를 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남들에게 손가락질받던 어머니지만 그분을 구하고자 지옥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 존자의 그 마음을 흉내라도 내보고 싶다.
양가 부모님 그리고 돌아가신 모든 인연 있는 영가분들이시여
당신들이 있었기에 저희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당신들 덕분입니다.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행복합니다.
극락왕생 하시고 꼭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