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마음이란 무엇인가 - 3
1부에서 우리는 영혼도 일종의 에너지장이라 가정했다. 그런데 영혼이 에너지장이면 몸과 마음의 구분이 매우 모호해진다. 물리적으로 에너지와 물질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영혼과 마음도 물질'이라는 뜻이 된다. (물질-에너지 관계는 'E=mc^2이 준 깨달음' 참조)
물론 과거의 철학자나 성인들은 마음이 비물질이라 가르치셨다. 하지만 당시는 에너지나 공기(空氣)조차 알지 못하던 시대다. 마음이 정말로 '무無'나 '공空'이라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으셨을 것이다. 그 분들도 무언가 실재함을 아셨지만, 지시할 개념이 없어서 '공空'이라거나 '영(靈)'이라거나 비실재라는 표현을 쓰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실제로 불교 경전에서 마음을 '극미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양자역학이 발전한 21세기에 와서까지 과거의 개념틀에 갇힐 필요가 없다. 우리는 마음을 에너지로, 즉 실재적인 물질로 여기면서도 얼마든지 그 분들의 가르침을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거시 세계에서는 뉴턴 역학을 알면, 물체의 운동에 대해 어지간한 것을 모두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옥상에서 떨어진 돌이 바닥에 닿을 무렵, 가공할 위력을 갖게 됨을 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중력이 작용하고, 중력이 물체를 가속함을 뉴턴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687년 등장한 이후 250여 년 동안 왕좌를 지키던 뉴턴 역학은 1930년대에 등장한 '양자역학'에 표준 역학의 자리를 내 주었다. 양자역학이 등장한 이후 물리학자들은 뉴턴역학(고전역학)이 '양자역학'이라는 더 근본적인 역학의 특수 사례임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뉴턴역학은 특수한 조건에서만 '참'이 되는 양자역학의 부분집합이라 할 수 있다. 양자역학은 뉴턴역학 뿐 아니라 뉴턴역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운동과 변화까지를 설명할 수 있는, 현재까지 인류가 아는 가장 근본적인 역학 이론이다.
그런데 인간이 우주 안에 존재한다면, 우리의 정신 현상도 양자역학적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물리학의 도움을 받으면 정신의 기능과 작용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정신 기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양자역학의 발견을 검토해 보려 한다.
미시계의 특성 1. 입자의 비구별성(indistinguishability)
이제 우리의 관심이 향할 곳은 고체들로 채워진 거시계가 아니라, 그 바탕에 존재하는 양자장의 세계이다. 그러니 딱딱한 물체 혹은 고체들의 세계는 머리 속에서 지우고, 우주를 미세한 입자로 가득한 거대한 유체流體라 상상해 보자.
현재 물리학은 우주가 탄생하던 무렵 존재했던 최초의 에너지장을 '인플라톤(inflaton)' 장이라 명명한다. 물론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빅뱅의 순간에 우주를 팽창시키려면 어떤 힘이 존재했어야 하므로, 그 힘을 제공한 에너지장을 '인플라톤(inflaton)'이라 부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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