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에너지다
e=mc2, 존재는 에너지다
e=mc2, 모든 것은 에너지
때론 백 가지 철학적 언명보다 한 가지 과학적 발견이 더 큰 깨달음과 영감을 준다. 내겐 아인슈타인의 저 유명한 공식, E=mc2이 그랬다.
아인슈타인과 그의 대표적인 공식 ‘E=mc2’은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어 물리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막상 그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19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사랑받았던 캐머런 디아즈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캐머런은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질문에 “E=mc2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라고 물었다 한다. 기자는 농담처럼 웃어넘겼지만, 수학자였던 데이비드 보더니스만은 달랐다. 궁금해하는 사람이 그녀만은 아닐 거라 생각해, 공식의 비밀을 설명한 『E=mc^2』이라는 책을 썼다. 그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공식이 의미하는 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아인슈타인이 던진 폭탄
만약 데카르트가 이 시대를 방문할 수 있었다면, ‘그래! 내가 생각했던 자연의 실체가 바로 원자였군! 나는 자연이 이렇게 엄밀한 수학적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 같은 것일 줄 알았다니까!’라고 했을 것 같다. 데카르트는 물질세계가 수학적 원리와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 같은 것이라 믿었다.
데카르트 이후 몇백 년은 그의 생각에 동의한 과학자들이 정신없이 ‘수학적 예측’에 몰두한 시기였다. 덕분에 19세기 말에 이르렀을 때는 대다수 물리학자가 이제 물리학이 거의 종착역에 다다랐다는 확신에 가득차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지구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물체에서 우주 저편에 있는 까마득한 천체까지 모두 이해했다고 자신했다.
“이제 물리학에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관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1900년에 영국의 물리학자가 영국과학진흥협회에서 한 선언으로 알려져 있는 이 말은 당시 과학자들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그리하여 20세기가 시작되던 무렵, 인류는 두 실체로 이루어진 세계와 마주하고 있었다. 하나는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의 세계였고 다른 하나는 빛, 전기, 자기 등으로 이루어진 에너지의 세계였다. 두 실체는 입자와 파동이라는 각각의 모습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고 완전히 다른 무엇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물질계와 에너지계로 잘 정리해 놓고 이제 알아야 할 것은 다 알았다고 확신하고 있던 물리학계에, 베른의 특허청에 근무하던 이름 없는 청년 아인슈타인이 나타나 폭탄선언을 한다. 이 두 세계가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것이다! 저 유명한 공식, E=mc^2의 등장이었다.
뭐라고? 에너지와 물질이 같은 것이라고? 그러면 내 몸도 빛과 같은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처음엔 과학자들도 그의 주장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1945년, 2파운드(약 910g)의 우라늄이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 공식은 결국 입증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핵폭탄의 위력은 2파운드의 우라늄 중 1%의 질량(9.1g)이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E=mc^2의 의미
E=mc2에서 ‘E’는 에너지(Energy)를 뜻한다. m은 질량(mass), 다시 말해 물질이고, c는 빛의 속도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 공식은 말로 풀면, ‘에너지의 크기는, 빛의 속도의 제곱에 질량을 곱한 것과 같다.’가 된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외계어가 따로 없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
공식이 의미하는 바를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잠시 여행을 떠나보자. 지금 우리는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그런데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어 힘을 내면 어떻게 될까? 빛보다 빨라질까? 그렇지 않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무엇도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 없기 때문에, 빛의 속도에 에너지를 더하면 빨라지는 대신 무거워지게 된다. 우리가 물질이라 믿는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고도로 응집된 에너지일 뿐, 따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 이 공식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이다. 전혀 별개로 보이던 물질과 에너지가 등호로 연결되며 하나로 이어진 것이다.
빛의 속도는 670,214,995mph다. 제곱은 448,900,000,000,000, 000mph이다. 1 파운드의 질량(m)을 공식에 넣고 킬로와트시로 환산하면 “원칙적으로 100억 킬로와트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발전소가 생성해 낼 수 있는 에너지보다 큰 수치다." 누군가 물질을 온전히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바위 450g 정도로 인류가 필요로 하는 모든 에너지를 얻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제 물리학자들은 더 이상 ‘물질’과 ‘에너지’를 다르게 여기지 않는다. 편의에 따라 물질이라고도 에너지라고도 부르지만, 이 단어를 말할 때 그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을 떠올린다. 이것은 이제 상식이 되다시피 해서, 섭씨 4도씨에서 1리터 물의 무게로 정의되던 1kg의 정의가 2019년부터 초당 6.62607015×10^-34의 에너지양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물리량으로 정의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미 물리학자들에게 질량과 에너지는 다른 개념이 아닌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발견은 과학자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켜 오늘날 원자력 발전소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과학도가 아닌 나는 이 공식에서 다양한 문학적 영감을 얻게 된다.
어마어마한 잠재력으로 가득한 우주 크기의 호수가 있다. 그 호수에서는 곧잘 물이 뭉쳐 다양한 조각을 연출해 낸다. 그것은 별도 되고, 별 위에 사는 사람도 되고 나무도 된다. 그리고 생명은 다시 녹아 우주의 호수로 돌아간다. 그렇게 돌고 돌며 우리는 순환한다.
이런 상상은, 그 자체로 살아있음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물질적인 존재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응축된 에너지이기도 하다. 모두 해체하면 지구에 타격을 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로 우리는 이루어져 있다. 우주는 한 사람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허락한다.
# 참고도서 : 『퀀텀스토리』, 짐 배것, 반니 / 『E=mc^2(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 데이비드 보더니스, 웅진지식하우스 / 『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승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