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말이지 쉬운 게 아닌데 어려운 것도 아니야
'그래서 오빠는 나랑 결혼하고 싶어요?'
'응.'
'그래요? 언제?'
'음.. 가을 즈음. 9~10월이 좋지 않을까? 내년 초도 괜찮을 거 같고.'
2018년 추운 겨울. 퇴근하고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면 가끔 가는 스타벅스에서 나눈 대화다.
듣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걸 왜 지금 얘기해요?'였다.
사실 당황했다.
내가 예상한 답변은, '응 하고 싶지', '좋지' 혹은 '지혜는?' 하며 간단한 맞장구나 내 의견을 물어볼 줄 알았다. 물론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나의 의견도 물어봤지만.
둘 다 신중한 편이라 쉽게 답하는 편이 아닌데, 생각보다 구체적인 대답에 놀랐다.
대답이 술술 나왔다는 건 이미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게 분명했다.
1년 조금 넘게 만나고 있었고, 일상적인 데이트를 했다. 결혼의 '결'자를 꺼내본 적도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올해 결혼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알았으면 내가 머리카락을 똑 단발로 자르지 않았겠지..)
주변에서 '결혼 안 해?' 물어볼 때마다 내 마음을 의심할 겨를도 없이 '에이 아직 생각 없어'라며 여유롭게 남 일인 듯 웃었는데.
한 치 코 앞도 모르는 나에게
조금은 당황스럽게 어쩌면 자연스럽게 결혼은 나의 일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