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지 Apr 23. 2019

원하는 것에 대해

결국은 나를 위한 것.

섬을 좋아한다.

조용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선호한다.

복잡하고 화려한 건 별로.

허례허식은 싫다.

보여주기 식은 더 싫다.

오글거리는 건 가만히 있기 힘들다.




나는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표현을 명확하게 하는 타입이라 그 성향이 결혼 준비라고 피해 갈 수 없었다.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나만의 정답은 있을 수 있어도 무엇 하나가 모두에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나와 정반대의 사람일지라도 내가 맞고 당신이 틀리다는 말은 전혀 아니라는 것.


결혼 준비는 나와 당신의 힘으로.

나는 세자매고 그중 막내다.

어릴 때부터 본인의 일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고,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교육 아래 의지적이기보단 독립적이게 자랐다. 집이 부유한 것도 아니고 억대의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내가 가진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자라고 싶다.

물론 막내가 결혼한답시고 우리 부모님이며 언니들이며 오빠 가족분들까지 살림을 선물해주신다고 해서 감사하면서도 속마음은 아주 감사합니다. 호홍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몰 웨딩. 우리가 하려는 게 스몰 웨딩인지는 모르겠지만 규모가 작은 건 맞다.

예전부터 내가 바랬던 나의 결혼식은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가까이 오랫동안 여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했다.


신부 대기실도 싫었다. 예쁜 공간에서 조명을 받으며 인생 사진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답답하고 무엇보다도 신랑과 함께 나란히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었다.

결혼식은 부모님을 위한 행사라는 말도 있지만 욕심 많게도 결혼식은 나와 오빠에게 더 초점을 맞추었다. 양가 부모님도 흔쾌히 좋게 생각해주셨고, 더 작은 결혼식도 상관없다며 우리의 생각을 존중해 주셨다.


노예물 노예단 노폐백

나와 오빠는 괜히 주고받고 부모님 돈 쓰이는 것보다 안 주고 안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쉽게만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또 걱정이 되셨나 보다. 정말 안 해도 되겠냐고.

계속 걱정하시는 것 같아 나까지 고민스러웠는데, 몇 주 전 오빠 부모님을 만나 뵙고 확실히 마음이 안심이 됐다. 양가가 마음이 맞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나와 오빠는 행운아!


허례허식은 금물.

우리가 결혼 준비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생각보다 돈을 들인 건 결혼식장이다. 스몰 웨딩의 속 뜻은 빅머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사람들과 좋은 시간 넉넉하게 가지고 싶은 욕심에 추진했다.


우리는 커플링이 없다.

겸사겸사 내가 점찍어둔 곳으로 반지를 보러 갔다. 이거 저거 구경했는데, 결혼이 뭔 대수라고 다이아몬드 튀어나온 거 있어봤자 평소에 끼지 않을 거라 웨딩 반지 겸 심플한 커플링을 맞추었다. 결론적으로 아주 마음에 든다.


스드메?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 스드메. 그리고 플래너.

메이크업이야 본식에 예뻐야 하니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야 하고, 드레스야 결혼식장이 화려한 곳이 아닌 집 앞 뜰 같은 곳이라 소박한 게 잘 어울릴 거고. 스튜디오는... 스튜디오는 싫었다.


자꾸 싫은 것만 얘기해서 얘는 뭐 이렇게 싫은 게 많아 하겠지만, 형식적으로 혹은 나름 기계적으로 스마일걸이 되어야 하는 게 생각만 해도 경련이 날 것 같았다. 예쁜 사진도 중요하지만 결혼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플래너도 없고 스튜디오 촬영도 없다.

거창할 거 없이 우리의 결혼을 기념하는 의미로 꾸밈없이 사진관에서 촬영하기로 약속했다.


정리 왕.

나와 오빠는 정리벽이 있다. 조금 다른 정리벽인데, 요즘 기록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깨달아서 notion이라는 서비스에 결혼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정리 중이다. 힘든데 재밌어.. 변태 같아..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위해 하나씩 해결하는 기쁨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가장 중요한 건, 혼자 하는 게 아닌 만큼 확실하게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의 의견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



잘해봅시다. 우리답게.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은 자연스럽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