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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Aug 18. 2020

나보다 누군가에게 더 간절한 일상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의 경제는 물론 개개인의 사정에 이르기까지 안 힘든 사람이 없겠지만

그 와중에 저는 한 작가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올해 4월에 출간된 책,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이 책의 저자 구작가님인데요.


기사와 인터뷰를 통해 구작가님이 

청각장애에 망막색소변성증(시야가 점점 좁아지다 실명에 이르는 병)을 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작가 본인을 대변하는 귀여운 토끼 '베니' 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본인을 대신해 아름다운 소리를 많이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큰 귀를 갖게 되었다고 하고요.


그녀의 첫 책인 『그래도 괜찮은 하루』의 표지에는

"소리를 잃고 빛을 잃어도 나에겐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어" 라는 카피가 쓰여 있는데 

출간 당시에는 감동적이라고 생각했던 이 문구가 지금 다시 보니

누군가의 안부가 걱정스럽게 느껴집니다.


코로나 이후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룬 취재기사나 인터뷰는 많이 보았지만

소리를 잃고 빛을 잃은 사람들.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신체능력이 제한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다뤄졌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이 평범한 기억이라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더 낯설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들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세계를 통째로 뒤흔들어놓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심각한 생명의 위협이 되기도 하겠죠,

그마저도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상상할 수 있을 뿐 

직접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없고요.

 

사진 출처 : 한국일보/ 광주=연합뉴스 







그래서 먼저 이야기를 했어요.
“저, 청각장애인이에요.”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웨이터는 바로 이해를 한 것처럼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요.
그리고 미소를 지어주고, 아주 선뜻 손을 내미는 거예요.
악수를 하자고…….
얼떨결에 악수를 해버렸어요.
어리둥절했지만, 싫지 않았어요.
마치 ‘뭐 어때요? 문제없어요!’라는 느낌.

_『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58p』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59p』



저는 그저 눈빛과 표정으로만 대화를 나눴어요.
‘수술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떨까…… 두려울 테지.’
그래서 저는 안약을 넣어드릴 때마다 얼굴을 감싸고 미소를 지어드렸어요.
그런데 그게 통했나 봐요!
수술이 끝난 후 돌아가던 환자분이 저한테 와서 아주 천천히 입모양을 크게 해서 말하는 거예요.
T h a n k y o u .
그 입모양을 잊지 못할 거예요. 진한 감동이 밀려왔어요.

_『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125p』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126p』



어렵고 아픈 일에 구 작가는 이처럼 명랑하게 응수한다. 

“저에겐 많은 성격이 있지만 주로 밝고, 수다쟁이에 엉뚱해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 주는 걸 좋아하고요.”

_ 구작가 인터뷰 中 (중앙일보 2020.04.19)





그럼에도 여전히 저는 구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읽으면서 위로 받습니다.

좋은 말과 글은 꾸며낼 수 있지만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그 자체로

글과 그림에 녹아드는 것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그리고 저에게

위로와 희망, 따뜻함을 주는 누군가가 

코로나로 인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때일수록 나의 불편함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따뜻함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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