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작은 아씨들'이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알람 설정을 해두었다가 공개되자마자 맥주 한 잔과 함께 쿠션을 끌어안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분명 책으로 읽고 너무 좋아했던 기억은 있는데 자매들의 이름이며 성격이며, 줄거리며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거예요. 네 자매를 보면서 메그 같은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 네 자매가 지낸 겨울, 모닥불 이런 것만 기억이 나더라구요.
저 같은 분들을 위해 먼저 4자매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첫째, 메그
맏언니로서 엄마가 없을 때 동생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 동생들에 비해 평범해보이지만 책임감과 참을성이 있고 두변 사람들에게 항상 상냥하다.
둘째, 조
뜨개질보다 책읽기를, 남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글을 쓰고 자매들과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조 마치 캐릭터의 모델은 <작은 아씨들>의 실제 저자인 루이자 메이 올컷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베스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고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네 자매의 사이를 언제나 가운데에서 중재하고 네 자매 중 알고보면 가장 강인하다.
넷째, 에이미
미술에 대한 애정과 소질이 있고 똑부러진 성격. 막내지만 어른 못지 않게 당차다. 네 자매 중 가장 현실적인 성격.
영화를 보고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영화에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 묘사라든지 대화라든지... 좀 더 찬찬히 보면서 네 자매와 어릴 때부터 함께 뛰놀던 아주 친한 옆집 친구가 된 기분이더라구요.
마치 가의 네 자매는 언제부턴가 로리와 친구가 되고 로렌스 씨와도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낯가림이 심한 베스는 로렌스 씨가 무섭기만 하고... 그런 베스를 위해 언니들은 물론 로렌스 가의 사람들도 베스가 편하게 와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배려를 해주는데요. '호의는 돼지고기까지'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로 누군가의 대가 없는 호의라는 게 흔하지 않는 세상, 이런 마음 씀씀이들에 겨울철 온돌방처럼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어요.
그 뒤부터 날마다 갈색 후드를 쓴 작은 아이가 울타리를 지나 로렌스 저택의 멋진 거실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고는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왔다. 로렌스 씨가 종종 서재 문을 열어 놓고 자신이 좋아하던 옛날 분위기를 즐긴다는 걸 베스는 전혀 몰랐다. 로리가 홀 앞에 지키고 서서 하인들이 거실로 가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도 몰랐고, 선반에 있는 피아노 연습 책들과 새로운 악보들 역시 자신만을 위해 누군가 그곳에 가져다 놓았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물론 로렌스 씨가 집에 찾아와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도 그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 준 게 고맙다는 생각만 했다. 베스는 진심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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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116p
작은 아씨들 속 네 자매가 성격은 다르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삶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었던 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해도 '넌 나쁜 아이야. 넌 부족해. 넌 성격이 나빠'가 아니라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될거야.' 라고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 아닐까요. 오늘부터 저 스스로에게 말해주려구요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될거야.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될거야.
“너도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 아버지가 ‘마음속의 적’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해. 안 그러면 그 적이 네 인생을 망치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너를 슬프게 만들 거야. 넌 경고를 받은 거야. 이번 일을 절대 잊지 말고 마음과 영혼을 다해서 네 급한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하렴. 그 성격 때문에 오늘보다 더 슬프고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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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153p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지만 자식은 부모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도 종종 있구요. 내가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내가 부모가 원하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부모가 나를 무조건 사랑할 거라는 믿음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작은 아씨들의 시대 배경상 여성에게 '결혼'은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고 이 결혼으로 부모에게 사랑과 존중, 순종을 보여줬을 텐데요. 작은 아씨들에서 네 자매의 엄마는 한 번도 딸들에게 결혼에 관해서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곁에서 딸들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어줘요.
"너희는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돼. 엄마는 언제나 너희가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 상대가 될 준비가 되어 있고 아버지는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 우리 두 사람은 딸들이 결혼을 하든 독신으로 살든 상관없이 자존심을 지키고 안락하게 인생을 살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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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187p
행복한 순간들을 유예하지 않는 것. 작은 아씨들 속 네 자매는 유복하지는 않아도 행복한 매순간들을 함께합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자기들만의 연극을 하고. 때론 우당탕탕이지만, 때론 서로가 서로를 마음 아프게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 행복합니다.
“그건 사실이야! 미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렇다면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난 미래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로리가 말했다.
“난 싫어. 미래가 슬플지도 모르잖아. 지금 다들 이렇게 행복한데, 미래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말을 마친 뒤 조는 천천히 거실 안을 둘러보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에 젖어 모두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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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443p
조가 선택을 하는 순간 순간마다, 조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정말 "조, 하고 싶은 거 다해" 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게 내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할까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영혼과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도 난 이러고 갈 거야! 그늘도 생기고, 가볍고, 커서 아주 좋단 말이야. 웃겨 보이기는 할 거야. 그래도 난 나만 편하면 남자처럼 보여도 상관없어.”
이렇게 말한 뒤 조는 성큼성큼 걸어갔고 나머지 자매들도 그 뒤를 따랐다. 여름 드레스에 산뜻해보이는 챙 모자 차림으로 행복한 얼굴을 한 네 자매는 햇살처럼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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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236p
“네 성에는 말, 잉크병, 소설책밖에 없을걸.”
메그가 화풀이하듯 말했다.
“당연하지! 마구간에는 아랍종 말들이 가득하고, 방에는 책들이 잔뜩 쌓여 있고, 나는 마법의 잉크병에 담긴 잉크로 글을 쓰고, 내 작품들이 로리의 음악만큼 유명해지는 거야. 난 내 성에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멋진 일을 하고 싶어……. 영웅적이거나 아니면 대단한……. 내가 죽은 다음에도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을 그런 일 말이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잘 찾아볼 거야. 그래서 언젠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 거야. 아마 책을 써서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는 일일 거야. 그게 나한테 걸맞으니까 그게 ‘내가 갖고 있는’ 최고의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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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275p
멸망으로부터 지구를 구하지 않아도, 역경을 극복해내지 않아도 운명을 뛰어넘은 사랑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 질 수 있네요. <작은 아씨들> 책도 영화도 꼭 보세요 여러분.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삶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어. 그런데 그 문을 열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해 봐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