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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Oct 15. 2020

좋아서, 그냥 이 순간이 좋아서

밤에 읽는 책 │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당신은 어렸을 적 무엇을 좋아하셨나요.



곰곰이 돌아보면 저는 엄마 몰래 먹는 젤리를 좋아했고, 땀을 뻘뻘 흘린 뒤에 먹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어요. 동생과 아빠 책상에 이불을 뒤집어 씌워 텐트를 만들어 노는 걸 좋아했고, 바닷가 발을 담그고 술래잡기를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라는 말을 만나니, 제가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죠.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무언가를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가 될 수 있을까요.

언젠가부터 좋아한다는 말과 좋아한다는 마음보다는 누군가가 미운 말이, 누군가를 탓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세상의 반짝이는 모습보다 세상이 내게 등 돌리는 모습을 더 오래 기억한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로 했다는 작가님. 자신이 좋아하는 순간들을 수집해 모은 에세이입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잃어버리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행복들을 'ㅎ'들이라고 부르며, 페이지 속에 담았습니다. 무엇이든 자신을 평소의 자신보다 더 좋아지게 만드는 것을 아주 많이 좋아해 보는 일은 '좋은 나'를 조금씩 연습하는 방법이라면서요. 세상을 촘촘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하루에서 아주 작은 조각으로 쪼개어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합니다 :)




중요한 건, 여기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 
얼마나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타는가 하는 것.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중에서


잔잔하지만 따듯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무언가가 싫다는 말보다는 네 번째로 좋아한다는 긍정의 문장을 읽을 때면, 싫어한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는 말도 사용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좋아하는 걸 쉽게 포기한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삶의 소소함에 다시 눈을 돌려 봅니다. 나는 무엇을 첫 번째로 좋아했고, 나는 무엇을 다섯 번째로 좋아했지. 고민해 봅니다.




저는 이 책을 지금 읽습니다. 가을과 초여름 사이, 쌀쌀한 바람이 나를 덮치는 이 계절에, 그래서 무엇이든 다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이 계절에 말입니다. 푸른 하늘이 맑은 바람을 타고 영롱하게 손을 흔듭니다. 그래요, 아름다와요. 매일 지나는 길이었는데 나는 왜 이 아름다움을 이제야 발견하는 걸까요.


여름은 내가 편애해 마지않는 계절이므로, 그렇게 깨달은 저녁부터 ‘이제 추워지고 말았네’ 시무룩해지는 저녁이 오기까지 나는 아주 열심히 여름을 살아내려 한다. 나무에 매달려 맹렬히 울어대는 매미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이. 한여름 보름 정도를 살고 한살이를 마감하는 매미는 다음 여름 같은 건 생각도 않고 이번 여름을 나겠지.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중에서


지금 제 주변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깊은 곳 숨어있는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무엇에 가슴 뛰는 사람이었지, 무엇에 배시시 소녀처럼 웃던 사람이었지, 고민해 봅니다. 그리곤 이렇게 생각하죠. 그래, 나도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내가 나다울 수 있는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내 마음이 뛰는 풍경을 사랑하는구나. 부정의 조각이 내 마음을 덮치려 할 때, 긍정의 마음을 그린 이 책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오늘 밤, 이 책을 읽습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나의 취미입니다 :)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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