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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Oct 08. 2020

가끔은 한 잔의 홍차에
위로를 받곤 해

밤에 읽는 책 │『홍차 리브레』

저는 자기 전,

침대에 앉아 홍차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가을이 찾아온 지금, 쌀쌀한 가을의 기운 때문인지 홍차의 향에 하루의 피곤이 사르르 풀리곤 합니다.


그리고 밤에 읽는 책을 좋아합니다.

밤에는 낮보다 훨씬 더 세밀해집니다.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고요.


같은 말이라도 밤에 들은 말은 더 오래, 짙게 남는 것도 아마 밤이 주는 어떤 힘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밤에는 소박한 게 좋아요. 따듯한 홍차라던가, 포근한 만화라던가, 잔잔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것들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선택한 책은 <홍차 리브레>입니다.



향기로운 홍차와 달콤한 케이크 위에 머무른 서른 살의 쉼표, <홍차 리브레>

서른을 한 해 앞두고 있는 저이기에, 서른 살인 <홍차 리브레> 속 주인공들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떤 부분은 마치 제 이야기 같아 울컥합니다. 




슬아의 집이 비가 와서 물바다가 되었을 때,




차영이 문밖에서 자신의 스펙이 별로라는 다른 이의 말을 들었을 때,





보리가 7년 사귄 남자 친구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그들의 이야기가 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가끔, 이런 고민을 합니다.

'고작 이런 어른으로 살아도 괜찮을까?'


어느 날 문득 사랑이 끝났음을 깨달았을 때, 열심히 한 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건 아닐까 불안해질 때,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럴 때면 이런 어른으로 살아도 괜찮을지 슬쩍 고민합니다.





<홍차 리브레>는 살다 보면 맞닥뜨리는 막막한 순간들과, 사소하고 평범해서 어딘가에 털어놓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포착합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잃은 것뿐이니 어려울 것 없다”거나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라는 대사들로 '고작 이런 어른으로 살아도 괜찮을까?' 고민하는 지친 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줍니다.


가끔은 누군가의 괜찮다는 말보다 한 잔의 홍차에, 만화 속 주인공의 대사 하나에, 더 큰 위로를 받곤 합니다.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한없이 헷갈리기만 하고, 인생이 이대로 정해진 것은 아닐까 초조해하는 <홍차 리브레> 주인공들의 고민이 담담하고 진솔하게 다가옵니다. 명쾌한 인생의 정답은 없을지 몰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나답게 행복해지는 법을 찾는 그들을 바라보며 괜찮아, 이런 나여도 괜찮아- 스스로 위로하며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따듯한 홍차와 <홍차 리브레>를 읽으며 밤을 채웁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또 내일이 오고, 다시 밤이 오겠지요.

내일은 또 어떤 상황이, 감정이 제게 찾아올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소소하게 행복합니다. 따듯한 기운이 손끝부터 발끝까지 맴돌아요.


혹 고작 이런 어른으로 살아도 괜찮을까-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늦은 밤 누구에게 속을 얘기하고 싶은데 전화할 곳이 없는 분이 계시다면, 따듯한 홍차 한 잔을 마시며 <홍차 리브레>를 읽으시는 건 어떠세요?


가끔은 한 잔의 홍차에 위로를 받곤 하니까요 :)


성형을 끝낸 반죽에는 칼집을 깊게 내주는데 이 과정을 쿠프 coupe라고 합니다.

칼집의 상처는 구워지면서 특유의 무늬가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이 무늬가 제빵사의 서명과도 같다고 합니다.

이다지도 아픈 상처 또한 나만의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나의 일부로 남을 테지요. 
가능하면 멋진 무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홍차 리브레> 중에서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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