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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Oct 22. 2020

우울한 어느 밤, 당신에게 전하는 이야기

밤에 읽는 책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깊은 우물에 빠진 듯한 표지를 보니, 어떤 우울에 사로잡혀 잠들지 못한 최근의 저를 닮은 것 같습니다.


우주를 닮은 깊은 수영장에 퐁당 빠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쩐지 자유로운 것 같기도, 외로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책 생김새가 마음에 쏙 듭니다. 두꺼운 표지 속에 길고 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방 안에 깔린 어둠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언뜻 푸른빛을 띠고 있는 것 같습니다. 늦은 밤, 깊고 깊은 푸른빛을 가지고 있는 책을 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제목마저 마음에 쏙 듭니다.



글쓴이가 참 특별합니다. 한 사람이 아닐뿐더러, 실명도 아닙니다.

가을, 겨울비, 금요일, 꿈꾸는 방랑자, 마이웨이..


글쓴이의 또 다른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모여 우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같은 마음을 쏟아내는 책- 그리고 한 사람이 그들의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김현경 작가님이십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우울이라는 늪에 빠져 있는 사람들,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폐허가 된 마음만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작가님은 우울증과 싸우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던 그때, 주변 사람들이 건네는 수많은 위로의 말들보다 그저 '이런 나를 이해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 생각을 시작으로 우울증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주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울증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이 책을 엮었습니다.





'우울'이란 주제라 읽으면 마냥 우울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 오히려 담담해지고 산뜻해집니다.


왜 그런 기분이 들까 생각을 해보니, 어쩌면 '너만 그런 기분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야', '나는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어!'라는 누군가의 진심 어린 고백에 깊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독립서점으로 먼저 뜨겁게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힘을 준 책이라고, 이 책을 먼저 읽는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깊은 우울에 관한 책으로 인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우울감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 고민해 봅니다.

'위로가 된 말들' 페이지를 소리 내 읽어 봅니다.


이대로도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어.

좀 더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너무 빨리 낫지 않아도 돼.


강요하지 않는 목소리, 그저 네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따스함. 그런 말들이 누군가를 살리기도, 안아주기도 하나 봅니다. 소리 내 책을 읽어봅니다. 이대로도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조금 더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고.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 저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울증을 겪는 친구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는데,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마음이 그랬었겠구나, 싶은 감정이 듭니다. 그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7가지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 중간중간, 모바일 심리 상담 서비스 '소울링'.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생명의 전화'를 비롯한 심리 상담 전문가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그때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책과 음악, 각 장마다 특별한 콘텐츠가 수록되어 있어 이런 날엔 나도 이 영화를 봐야겠어, 이 음악을 들어봐야지- 저도 모르게 내일을 다짐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당신에게, 이 밤.

이 책을 추천합니다.


우울증을 겪어낸 사람에게는 당시 아무에게도 받지 못했던 공감을 건네고, 지금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응원을,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 곁에 있는 사람에겐 이해를 건넵니다. 이 책을 엮은 김현경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이 좀 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더불어 주변의 누군가가 우울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래서 더 이상 '우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무겁게 시작해서 위로와 응원으로 마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이 밤, 이 뜨거운 밤. 홀로 외로워하고 있을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사실은 죽기 싫었습니다. 그저 내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힘들다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아기처럼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중에서






※ 이 책의 인세 전액과 매출액 일부는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 전화에 기부됩니다.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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