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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Dec 04. 2020

초면이지만, 제가 많이 좋아합니다

타인에게 내 마음의 서랍을 보여주는 일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디까지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아무리 친한 사이고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내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란,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걱정 없이 편하게 얘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꺼내놓게 되지 않나요.


왜 그럴까요?


그날의 기분 때문일까? 날씨? 바이오리듬? 술을 마셨나? 전날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날 내 맞은편에는 반드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상대방이 있었을 거예요. 그냥 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의 서랍을 기꺼이 열어보일 정도로 진심으로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는 사람이요.


얼마나 친한 사람이냐, 얼마나 오래 알아온 사람이냐와는 상관 없이 말이예요.


카카오TV에서 하는 '톡이나 할까?'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톡터뷰어 김이나가 셀럽과 마주 앉아 오직 카톡으로만 대화하는 카톡 토크쇼' 라는 설명에 걸맞게 호스트 김이나 작사가와 게스트들은 같은 공간에, 때론 나란히 때론 마주 앉아 말이 아니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김이나 작사가와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든, 게스트들은 김이나 작사가에게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걸 보고 아 김이나 작사가는 상대방에게 공감을 잘 해주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이나 작사가가 쓴 책 『보통의 언어들』에는 '공감'이라는 챕터가 있는데요.



공감에 대한 나의 오류는 ‘쓰는 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다는 데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덜 구체적이고 넓은 테두리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착각. 이를테면 이상형을 따질 때 ‘짝눈, 깨끗한 피부, 예쁜 손가락, 야무진 입매’ 등등을 열거하기보다 ‘눈코입이 달린 사람’이라고 쓰는 게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맥락으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종이 변태’ 에피소드나 〈저녁하늘〉 일화를 통해 내가 배운 건,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즉 상황의 싱크로율이 같지 않더라도, 심지어 전혀 겪지 않은 일이라 해도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공감을 사는 일인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감정서랍이 있다. 상황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그때 느낀 감정들은 어딘가에 저장이 된다. 공감에 대한 생각이 바뀐 이후, 내가 겪지 않은 일에도 조금 더 적극적인 위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감정의 서랍은 냉장고와 달라서 열고 닫을수록 풍성해진다. 비록 나의 경험치가 아닌 일임에도, 진심으로 내 마음속의 서랍을 열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_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작사가의 톡이나 할까? 는 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지 않고 문자로 대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견 눈에 띄는 듯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김이나 작사가라는 사람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심으로 내 마음 속의 서랍을 열어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라도 안전한 마음으로 내 마음 속의 서랍도 열어 보여줄 수가 있잖아요.



아쉬운 건 다정한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는 거다.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게 익숙한 사람,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풀어헤치기보다는 품어 버릇하는 사람들. 이는 다정한 이들이 가진 특성이다. 굳이, 어딘가에, 나의 마음을 글자로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_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다정한 사람이겠지요. 

저 또한 마음을 풀어헤치기보다는 마음을 품어 버릇하는 사람이지만 

앞으로는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말들은 상대에게 아낌없이 풀어헤쳐보려고 합니다.

다정한 사람에게 서랍 한 칸쯤 마음껏 열어주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언어를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나의 마음을 전달하지만 정작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는 소홀하니, 마음이 통하는 대화라는 것은 그토록 귀하다 . 
_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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