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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Jan 11. 2021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월든'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피곤해서 며칠 동안은 집 밖으로도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최근 covid 바이러스로 원치 않게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혼자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무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기 시작했고요.

의외로 이 책을 완독하신 분들이 거의 없더라구요. (저도 아직 현재진행형으로 읽고 있는 중임을 밝혀둡니다)



삶이란 너무나 소중해서, 삶이 아닌 것을 살고 싶지 않았다.


영어학과 교수. 자연주의자. 시민불복종 운동가. 세계적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아무래도 한마디로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월든』의 저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도심을 떠났던 이유는 얼핏 현대의 직장인들이 '자아'을 찾아서 퇴사하는 이유와도 비슷해보입니다. 삶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삶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나는 신중하게 살고, 오직 삶의 본질적인 사실만 대면하기 위해, 삶이 가르쳐야 했던 것을 내가 배울 수 없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죽었을 때 내가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지 않아서 숲으로 갔다. 삶이란 너무나 소중해서, 삶이 아닌 것을 살고 싶지 않았다. 또한 정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면 체념하고 싶지도 않았다.

_ 『월든』02 내가 살았던 장소와 그곳에서 산 이유  p151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친밀하게 살면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고, 서로 걸려 넘어진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서로에 대한 약간의 존경심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고독이란 무엇인가.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하고 고독이 치명적인 독인 것처럼 멀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지만 '혼자'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외롭다는 이유로 우리가 이도 저도 아니게 누군가와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려 보면 괜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기분이 나빠졌거나 그러고 나서 그 사람과 서로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거나.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편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곧 지루해지고 시간낭비로 여겨진다.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나는 한 번도 고독만큼 벗 삼기 좋은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우리는 대부분 방에 있을 때보다 바깥에 사람 사이에서 더 외롭다. 생각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므로, 그가 있고자 하는 곳에 있게 하라. 고독은 어떤 사람과 그의 동료 사이에 놓인 몇 마일의 공간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복잡한 벌집 같은 곳 가운데 한 장소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사막에 있는 회교의 금욕파 수도사만큼 혼자다. 농부는 들판이나  숲에서 괭이로 밭을 갈거나 나무를 베면서 종일 혼자 일하지만 외롭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에 집에 돌아오면 여러 생각이 들어 방에 혼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사람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곳에 가야 하며, 하루 동안 받은 외로움을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는 어쩌면 학생이 밤새도록 그리고 낮의 대부분을 권태로움과 '우울한 느낌' 없이 혼자 집에 앉아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농부가 들판에서 그런 것처럼, 학생이 비록 집에 있지만 여전히 '그의' 들판에서 일하고 있고 '그의'숲에서 나무를 베고 있으며, 비록 좀 더 응축된 형태일 수는 있지만 그 또한 농부와 똑같이 놀이와 교제를 찾는다는 사실을 농부는 깨닫지 못한다.

교제는 일반적으로 너무 값이 싸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얻을 시간이 없었는데도 대단히 자주 만난다. 우리는 하루에 세 번 식사시간에 만나고, 우리의 오래된 곰팡내 나는 치즈의 새로운 맛을 서로에게 제공한다. 이 잦은 만남을 견딜만하게 만들어 공공연한 싸움에 이를 필요가 없도록 우리는 예절과 공손이라고 일컫는 정해진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

우리는 우체국에, 친목회에, 매일 저녁 난롯가에 모인다. 우리는 친밀하게 살면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고, 서로 걸려 넘어진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서로에 대한 약간의 존경심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만남의 빈도수를 줄이는 것으로도 모든 중요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교제에 충분할 것이다.

사람의 가치는 우리가 접촉하는 그 사람의 피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_『월든』 05 고독  p225

언젠가부터

언제 한 번 만나자,  다음에 밥 먹자,

이런 이야기들을 정형화된 인사말로 쓰지 않게 되면서

정말로 만나고 싶은(만나야 할) 사람과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눠지더라구요.


소로가 19세기에 말한 교제는 일반적으로 너무 값이 싸다는 말이, 사람의 가치는 우리가 접촉하는 그 사람의 피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21세기, 코로나 시대에 와서야 이렇게 와닿을 줄이야.


자연스럽게 만남의 빈도수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교제에 대해서도 더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고독'에 대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관계, 거리에 대해 고민중이라면 다른 책보다 『월든』을 먼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읽은 5번째 챕터 '고독'부터 읽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숲에서 길을 잃고 나무 밑에서 기아와 극도의 피로로 죽어가는 사람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육체가 나약해지고 병약해진 탓에 상상력이 만들어낸 기괴한 환상 덕분에 그의 외로움은 경감되었는데, 그는 그 환상들을 진짜라고 믿었다. 그래서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다면 우리 또한 비슷하지만 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교제로 인해 지속적으로 힘을 얻을 것이고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_『월든』 05 고독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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