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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Jan 06. 2021

세계에 녹아 있는 아름다운 것을 건진다

양과 강철의 숲


“초조해하면 안 됩니다. 차근차근, 차근차근입니다.”
“차근차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어떻게 차근차근해야 올바른가요?”
“우리가 하는 일에 옳고 그름의 기준은 없습니다. 올바르다는 단어를 쓸 때에는 조심하는 게 좋아요.”

이타도리 씨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에게 끄덕이는 것처럼 몇 차례 반복해서 고개를 움직였다.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출입구를 열면서 그가 말했다.
“차근차근 수비하고 차근차근 히트 앤드 런입니다.”

차근차근이라는 것이 야구였나.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가 있을까.
“홈런은 없네요.”
열린 문을 잡아주며 나는 확인했다. 이타도리 씨는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홈런을 노리면 안 됩니다.”
알 것 같으면서 모르겠는 충고였다.

_『양과 강철의 숲』23p



매년 해가 바뀌고 새해의 첫 달, 첫 주, 첫 날이 되면 

그 해의 목표에 대해서 혹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됩니다.

그렇게 정해진 답은 없지만 조금씩 '내가 원하는 내 인생'이라는 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제가 생각한 키워드는 '차근차근' 과 '아름다움'인데요.

이 키워드에 잘 맞는 소설책 한 권이 있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일본 작가 미야시타 나츠 『양과 강철의 숲』이라는 책인데요, 특이하게도 피아니스트가 아닌 피아노 조율에 매료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무려 일본 서점대상, 상반기 소설 베스트셀러 1위, 오리콘 차트 소설 분야 1위, 50만부 이상 판매 등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몹시 좋아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양과 강철의 숲이란 제목은

숲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강철로 된 현을 두드리는데 이 해머의 재료가 되는 것이 양의 털이라서 붙여진 것 같아요.

무엇이든 더 빨리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과 성급함이 앞서면 오히려 실수가 더 많아지고 조그만 실수에도 당황하게 되는 경험. 해 본 적 있으신가요? 차근차근 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고 후회해놓고 돌아서면 또 조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해버리고 말죠.


그리고 그런 조급함들이 쌓이다 보면 스스로를 몰아세워서 금방 빨리 지치구요. 좋아하는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제풀에 질리고 싫어졌던 것들은 다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차근차근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어요.


살면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온 아름다움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곳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 사실은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모든 것이 녹아 있고 우리는 그저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니까요. 


천문학과 음악이 세계의 기초라는 설을 나는 믿고 싶다. 무수한 별 중에서 몇 개를 추출해 별자리로 삼는다. 조율도 비슷하다. 세계에 녹아 있는 아름다운 것을 건진다. 그 아름다움을 최대한 망가뜨리지 않고 조심히 꺼내 잘 보이도록 한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일곱 개의 음을, 엄밀히 따져 반음도 포함되니까 열두 개의 음을 추출해 이름을 붙이고 별자리처럼 빛나게 한다. 장대한 소리의 바닷속에서 그 음을 정확하게 건져내 아름답게 모아 빛나게 하는 것이 조율사의 일이다.

_ 『양과 강철의 숲』 p.107 


차근차근.

아름다움.


이 두 단어를 마음에 담고 있다면

『양과 강철의 숲』이 조급해지지 않게, 지치지 않게 마음의 소리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마음에도 차근차근과 아름다움이 스며들기를 바래봅니다.





댓글과 좋아요는  힘이 됩니다 :)


https://bit.ly/2XhF9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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