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읽는 책 │고양이와 수다
지난 연말, 친구들과 온라인 송년회를 했습니다.
멀리 있어서,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직접 볼 수 없었지만 화면으로라도 얼굴을 보니 참 좋더라고요. 벌써 우리가 만난 지 햇수로 13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우리는 어느새 어린 시절 이야기하던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랜 시간 친구였지만 화면 속 친구들의 얼굴은 어린 시절 그 얼굴들과 똑같습니다. 목소리도 성격도 서로를 대하는 장난스러운 표정들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주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집니다. 예전처럼 아무 시간을 정해서 아무 곳으로 산책하며 자유롭게 웃고 떠들던 시절이 그리워 지죠. 예전만큼 자주 만날 수 없지만, 그래도 짧게라도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주어질 때면 오래전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전화를 마치고 어딘가 쓸쓸해진 마음에 <고양이와 수다>를 꺼냈습니다.
<고양이와 수다>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홍당무와 고양이인 야옹이가 친구가 되어 나눈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야옹이는 집에서는 평범한 고양이인 척 내숭을 떨고 있지만 집 밖을 나서면 행운의 편지를 나무 구멍에 넣어두며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데요, 어느 날 산책을 좋아하는 당무가 야옹이가 남긴 편지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답장을 쓰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 답장을 주고받으며 만나기로 했는데, 편지를 쓴 이가 고양이라니! 약속한 장소에 등장한 야옹이를 보고 당무가 빵 터지며 당무와 야옹이의 우정이 시작됩니다.
귀여운 시작으로 함께 당무와 야옹이는 그들만의 우정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편안히 그려지는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니, 친구들과 어린 시절 함께 쌓았던 시간들이 잔잔하게 떠올랐습니다.
힘든 날엔 캐묻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줬던 모습,
함께 쿵짝이 잘 맞아 작은 것에도 깔깔 웃던 모습,
예쁜 걸 보고 같이 너무 예쁘다며 가게 문 앞을 서성이고,
서로에게 최선이 아닌 것 같은 부분들에는 조심스럽지만 정확하게 말해줬던 모습들이요.
자유로우면서도 또 작은 유머도 놓치지 않은 찰떡같은 누군가의 우정을 읽는데, 읽는 제 마음이 함께 몽글몽글해집니다. 오래전,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얼마나 고마운 기억들인지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나는 우정들을 땔감 삼아서, 쓸쓸하다고 느끼는 어느 날에도 잘 지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함께 웃고 울고 행복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어준 덕분에 나는 우리가 어렸을 때 말한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나를 지켜 준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야옹이와 당무의 잔잔한 우정을 읽으며, 곁에 있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따스함을 느낍니다.
책을 덮고 친구들이 모인 단체 톡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우리 바쁘고 멀리 있더라도, 가끔 이렇게 모여서 꼭 얼굴을 보자. 얼굴 보니까 너무 좋다!'고요.
친구가 문득 그리워진다면,
친구들과 함께 한 어느 날이 그리워진다면-
따스하고 다정한 책, <고양이와 수다>를 꼭 추천합니다.
가끔은 깃털처럼 가벼운 수다가 우리를 위로하지!
이번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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