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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Jan 07. 2021

당신에게는 진짜 이웃이 있나요?

밤에 읽는 책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

어렸을 시절엔 매일 동네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하교 후 집에 아무도 없으면 아랫집 아주머니 집에 가서 앉아있고, 옆집 친구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옆집 친구랑 골목에서 롤러 브레이드를 타기도 했죠.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건 물론이고, 옆집에 사람이 사는지 빈집 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누군가에게 신경 쓸 만큼) 여유 있지 않다'는 말을 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나 사는 것도 바쁜데 왜 신경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의 책,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가 유난히 귀엽게, 다정히 다가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바빠서 이웃에 무관심한 도시 뉴욕에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어요.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 볼리바르가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살아갑니다.



옆집에 무려 공룡이 사는데도 사람들은 바빠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둘 여유가 없어서, 거대한 공룡이 사는데도 몰랐다니. 공룡의 존재를 눈치챈 건 다름 아닌, 이웃집 소녀 시빌입니다. 시빌이 공룡 볼리바와 친해지고 싶어 하면서 이야기는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볼리바르는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으로, 뉴욕 웨스트 78번가에 삽니다. 아침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오후에는 센트럴파크를 거닐고 저녁에는 시장을 봅니다. 그리고 밤에는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가서 음악을 듣지요. 하지만 뉴욕 사람들은 너무 바빠 주변에 마주치면서도 볼리바르가 공룡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는 바빠도 너무 바쁜 사람들은 바로 옆에 공룡이 지나간다 해도 눈길을 돌려 바라볼 여유가 없으니까요.


이웃집 소녀 시빌이 볼리바르의 존재를 눈치채지만, 아무도 시빌의 말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엄마조차 고개를 들어 창밖 한 번만 내다보면 공룡을 볼 수 있는데도요.






시빌은 진짜 공룡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매일 볼리바르를 쫓아다니며 겨우 사진을 찍지만, 그 마저도 바람에 날아가 버립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빌이 견학을 간 자연사 박물관에 공룡 볼리바르가 시장이 되어 나타납니다.


시빌은 주변 사람들에게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의 존재를 알립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룡을 보는 순간부터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공룡이 사람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시빌은 누구보다도 볼리바르를 잘 알았습니다. 늘 관심을 갖고 볼리바르를 지켜본 유일한 이웃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시빌에게 볼리바르는 사람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공룡이 아니라

“미술관이랑 먹을 거랑 책이랑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이웃이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웃은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만,
서로를 잘 아는 이웃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요.






당신에게는 진정한 이웃이 있나요?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에게 진정한 이웃이 있냐고요. 당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살피고, 당신의 오늘을 묻고, 다정하게 인사하는 진정한 이웃이 있느냐고요.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를 읽으며 지난 제 모습을 뒤돌아봅니다. 엘리베이터 저 멀리 사람이 오는데도 바쁘다는 이유로 닫힘 버튼을 빠르게 누르고, 눈이 마주쳤는데도 괜히 모른 척 지나가고.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차단 하려고 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물론 다정하지 못한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진정한 이웃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렸을 적 현관문을 열고 살았던 기억을 더듬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같은 동네에 사는 옆집 사람들이 아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갖는, 서로에게 마음 한편을 내어 주는 이웃이었거든요. 


때로 뉴스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고, 사고로 넘어진 버스 속 승객들을 길을 걷던 사람들이 모여 구하고, 추운 날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어린 시절 만났던 이웃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까, 평범한 얼굴을 한 다정한 이웃들 덕에 우리는 어려운 시절을 따숩게 지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작은 관심, 누군가를 향한 다정한 시선 덕분에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하고요. 어쩌면 저는 세상과 너무 등지고 지내온 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도 건네고, 잠시 기다려줄 수 있는- 조금은 다정한 진짜 이웃이 되어봐야지, 하고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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