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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Dec 23. 2020

세상에 단 하나라고 믿었지만, 어쩌면 이토록 보통의-

밤에 읽는 책 │이토록 보통의

집콕을 하는 일요일 저녁,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꺼냈습니다. <책읽아웃>에서 오은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감정의 끝까지 가는' 특유의 감정선을 담은 책, <이토록 보통의 시즌 2>입니다.


<이토록 보통의>는 다음 웹툰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따스한 느낌의 그림에 반해 시작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이야기에 반해 한동안 꼬박꼬박 챙겨 읽었습니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또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캐롯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사랑의 입체성을 읽는 느낌. <이토록 보통의>만이 줄 수 있는 슬프고 따스한 감정.


단행본으로 나온 시즌 2,

세 권을 들고 침대로 올라가 페이지를 넘깁니다.



<이토록 보통의 시즌 2>는 총 3권으로, 선택, 연결, 위선의 키워드를 활용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을 선택해가는 여정, <너의 서른 번째 조각>


미래 사회의 마지막 남은 농아 B가 '에녹'을 알게 되어가며

세상과 처음으로 소통하고 사랑을 배워가고,

사랑은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는지 끝없이 묻는 이야기, <헝겊 위의 아기 원숭이>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위선적이며 나약한 한 남자가 몰락해가며

과거의 어두운 그늘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불륜 만화>



어쩌면 어둡고 복잡한 이야기일 것 같아 한 권만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앉은 자리에서 세 권을 모두 읽어버렸습니다. 어느 부분에선 주인공을 따라 눈물을 글썽이고, 또 어느 부분에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마음이 급해져 페이지를 넘기면서요.


모두 내가 겪은 이야기도 아니고, 또 겪을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들인데, '감정의 끝까지 가는'이란 표현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금방 이해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흐물흐물하게 녹여내고, 어쩌면 내가 알고 있던 사랑이 정말 사랑의 모양일까, 이렇게 생겼다고 배워왔고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수많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특히 미래사회의 마지막 농아 B가 나오는 <헝겊 위의 아기 원숭이>를 읽으며 미래와 미래 속의 B와 B와 랜덤 채팅을 하는 채팅 속 에녹의 이야기를 읽으며 오래 페이지에 마음을 남겨 두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어디에나 있는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러지 않고선 녹아버린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B:
나 있지… 학교에서 유일하게 듣지 못해.
어쩌면 이 시市에서… 나는 버려진 걸까?

에녹:
버려진 것이 아니야. 그냥 남아 있는 거지.
강들… 바람들… 그런 것들처럼.”
<이토록 보통의 시즌 2: 헝겊 위의 아기 원숭이> 중에서




사랑과 삶에 대해서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의 마지막에 읽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모양을 사랑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어쩌면 사랑의 형태와 범위를 정해놓은 게 아니었을지, 내 삶에선 어떤 사랑의 형태가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책은 조용하고 잔잔한 마음의 호수에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도 했고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20년도 벌써 마지막을 달리고 있습니다.

올 한 해를 정리하기에 어쩌면 좋을 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올 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


우리는 수많은 사랑의 문제들과 부딪혀왔고,
앞으로도 부딪힐 것입니다.

때때로 주변에서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자기 파괴일 뿐이라고 말하겠지요.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요.

“만약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그것보다 근사한 이름으로 이것을 부르겠습니다.
애플파이라든지... 그런 것들이요.”
<이토록 보통의> 중에서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 댓글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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