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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Jan 21. 2021

회사로 급하게 출근하는 꿈을 꾼 적 있으신가요?

밤에 읽는 책│불안 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

꿈에서도 회사로 출근하는 꿈을 꾼 적 있으신가요.


저는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요, 처음 회사를 다니던 시절, 유난히 사무실로 출근하는 꿈을 많이 꾸었습니다. 깜빡하고 하지 못한 일과 완전히 마무리를 짓지 않은 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느꼈던 불안이 강력해서였는지, 처음 회사를 다니던 1년 차의 기억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누구도 저를 재촉하지 않았지만, 그냥 혼자 막연히 불안하고 조급했던 시절.


그래서일까요, 오늘 꺼낸 책 『불안 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 제목을 보는데, 단숨에 시간을 뛰어넘어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불안 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는 실제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n년차 직장인인 '한 대리'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한 척,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고 회사에 잘 적응하는 척하지만, 속에서는 작은 것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며, 앓고 있던 불안 장애를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불안 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를 읽는데, 이상하게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정말 100%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서로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불안함'이라는 감정에 있어서는, '나도 이런 기분 느껴봤어!'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살까 봐 늘 웃었고, 
혹시라도 무능력해 보일까 봐 주어진 일을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끝냈다.
그렇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일하는 꿈을 꿨다.
어쩔 땐 회사에서 깜빡했던 사소한 업무가 꿈에 나타나 잠에서 깨기도 했다.


이 문장을 읽으며,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떠올립니다. '아, 그 일 체크 안 했다!' 하는 서늘한 기운은 왜 꼭 자기 전에 떠오르는 걸까요. 싱숭생숭한 마음에 잠까지 설쳐, 불안이 강해지는 날에는 회사로 뛰어가 걱정하던 일을 체크하는 꿈까지 꾸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예전만큼 작은 것 하나하나에 불안해하진 않지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아주 작은 일 하나에도 마음을 졸였습니다. 정말 누구도 제게 요구하지 않았는데,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홀로 불안의 바람을 만들어 내고, 제가 분 바람에 웅크리곤 했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나의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보입니다. 나는 이것을 잘하고, 이 부분이 부족하구나 스스로 배우게 되었죠. 하지만 처음에는 그런 생각 속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단점만을 주목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능숙하고 유연하게 처리하는 것 같은데, 저만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았거든요.


선명하게 단점이 보이면, 반대로 선명하게 장점도 드러났을 텐데, 그땐 왜 장점을 살펴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요. 불안이 마음을 잡아먹는 날에는 저는 장점보다 단점에 집중했고, 못하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곤 했습니다.


불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저를 괴롭히곤 합니다. 주말에 쉬다가도 문득 지난주 있었던 일들이 파편처럼 떠오를 때가 여전히 있거든요. '내가 그 상황에서 더 배려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조금 더 참고 성실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들은 쉬는 날까지 쫓아오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불안의 구멍을 계속 파게 되고 강도가 더 세지면,

'아무것도 못 하겠다'(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을요.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만 뭉게뭉게 피어오르면, 잠시 일시 중지 버튼을 누르고 빠져나오려 노력합니다.『불안 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의 작가인 한 대리님도 불안을 안고 회사 생활을 했으며, 심해지는 날에는 회사조차 가지 못한 날이 있다고 합니다. 그의 불안이 왜 다른 사람 이야기 같지 않은지, 꼭 내가 겪은(혹은 여전히 겪고 있는) 불안과 닮았는지.


누군가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의 모습이 내 모습 같고, 내 마음을 누군가 기록해둔 것 같아서 '아, 나만 불안한 게 아니구나' 하는 작은 위안을 받곤 합니다.




『불안 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불안한 날들 중에서도) "확실한 나의 장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 삶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순간순간 작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과 감정이 찾아와도, 누구보다 나를 먼저 다독여 주는 용기를, 그리고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작은 용기를 씨앗 삼아 내 속에 숨어 있는 장점들을 찾아내다 보면, 우리가 품고 있던 두려움과 걱정, 불안이 조금씩 사라질 테니까요.


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업무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일단 배우고 본다.
말을 잘해서 발표도 잘한다. 아무리 높으신 분이 앞에 있더라도 별로 떨지 않는다.

창의적이다. 창의성을 발휘할 곳 하나 없는 회사에서
그나마 무엇이든 재밌고 새롭게 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 단점 때문에 노력해온 것들이 조금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확실한 나의 장점들을 기억하자.
단점이 있을지언정 내가 가진 뛰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능력 있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기죽지 말고 나의 강점을 펼칠 수 있는 일들을 씩씩하게 해내면 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때로 사람에게, 일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에 집중하지 말고, 잠시 잊어버리면 어떨까요. 무언가에 계속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다 보면, 그것에 가려서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숨 가쁘게 이어지는 회사 생활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나만이 가진 장점을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문득 찾아오는 불안을 예전보단 유연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주엔, 작은 용기를 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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