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상처를 어떤 여과장치도 없이 입말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와 상징을 통한 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면, 상처는 ‘글’이라는 또 하나의 텍스트가 되어 내 앞에 가로놓이게 된다. 즉 나와 상처 사이에 ‘거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거리 두기의 시작이 치유의 가능성이다. 상처에 거리를 둘 수 없는 상태는 상처 속에 깊이 빠져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자기 안의 트라우마를 글쓰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상처를 바라보는 나’와 ‘상처 속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나’를 구분할 수 있다. 이제 상처를 바라보는 나는 상처 속에서 몸부림치는 나를 구해낼 수 있는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_정여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110p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어린 아이 같은 자아를 성장시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어떤 일보다도 어렵고 때론 고통스럽고 누군가에겐 평생이 걸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혐오와 싸우고 흠결난 곳을 치유하기 위해 부던히 애를 씁니다.
원래 아예 새로 만드는 것보다 깨진 것을 접붙이고 부서진 것을 수선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지만 다만 물건처럼 새로 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니 내 마음인데도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는데 마음이 괴롭고 어지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 앞에 무력감이 들 때면 지금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물어봅니다. 내 안의 그림자와 대면해야 합니다. 방치해둔 기간이 길수록 내 안의 그림자와 대화하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모른 척 한다면 마음은 계속해서 괴로울 것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림자와 친해진다는 것은 매일매일 상처를 바보처럼 곱씹는다는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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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대면하는 순간을 고통의 시간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림자로부터 그 어떤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림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그곳에 내 모든 희로애락의 원천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내면의 그림자를 그저 방치하면 그곳이 끝없이 상처가 덧나는 고통의 장소가 된다. 그러나 그림자를 마치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면 바로 그 그림자가 존재하는 자리야말로 구원의 자리, 창조의 자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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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친구가 될 수만 있다면, 마침내 그림자와 춤을 출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을 괴롭히는 그 어떤 고통도 당신을 파괴하지 못할 것이며, 당신 안에 일어나는 모든 번뇌와 아픔까지도 더 눈부신 미래의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_정여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137p, 138p
사랑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 사랑하는 것일수록 매일 곁에 두어야 한다. 우울과 불안과 슬픔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내 곁에 둘 수 있는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_정여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115p
아직 학생이던 때 직업을 고민할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좋아서 하던 일도 일이 되면 괴롭고 싫어지게 마련이라는 의미였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지금 하는 일이 제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니 크게 잘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을 테고 자연스레 결과나 성과가 마음을 행복하게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다만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일을 매일 곁에 두기 위해 긴장감과 스트레스도 기분 좋은 친구처럼 함께 다루는 법을 익혀가야겠지요.
잠시 스트레스를 향한 알레르기 반응을 멈추고, 스트레스의 효과를 생각해보자. 모든 행복한 일에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공존하지 않았는가. 사랑도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끊임없이 신경 쓰는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일이며, 우정도 ‘친구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다. 극도의 긴장감이 없다면, 극도의 스트레스가 없다면 어떤 운동경기도, 어떤 오케스트라 연주도 감동적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살아가는 행위’에는 스트레스 인자가 포함되어 있다. 스트레스 자체가 속속들이 나쁘다기보다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우리 자신의 마음과 태도가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닐까.
_정여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116p
어쩌면 삶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들은 대답하기 힘든 것들이 더 많다. 예컨대 ‘나는 그사람을 왜 사랑할까, 나는 이 일을 정말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진실로 꿈꾸는 삶은 무엇인가’ 같은 원초적인 질문들이 그렇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어떻게든 더 나은 대답을 내놓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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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난처하게 하는 모든 질문에 ‘나만의 해답’을 준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개성화를 향한 길이다. 규격화된 길, 사회화된 길이 아닌, 나만의 길, 내가 조금씩 만들어가는 개성화의 길이다.
_ 정여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164p
어떤 질문 앞에서는 마음이 난처해진다고 해야 하나, 뾰족해진다고 해야 하나, 나도 모르게 방어적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질문에 나도 답이 없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은근슬쩍 모른 척 했던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런 질문들에 어쩔 수 없이 대답을 내놓아야 할 때,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하지만 대답을 내놓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와 똑바로 대면하게 됩니다. 그러니 내 마음을 뾰족하게 만드는 질문과 가까이할수록 우리는 성장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잘못된 대답을 내놓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의 섣부른 판단을 인정하고 다시 고민하면 됩니다. 다시 고민할 때는 조금씩 여백을 더 두고요.
오해가 발생했을 때는, 성숙하게 인정해야 한다. 내가 그 사람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잘 모르면서 섣부르게 판단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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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는 늘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생각의 여백’이 있을 거라고 믿어보는 것이다. 타인에게는 늘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무엇’이 있을 것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에 대한 차가운 의심을 애정 어린 친밀감으로 바꿀 수가 있다. 타인의 마음속에는 내가 결코 짐작할 수 없는 삶의 여백이 있을 것임을 잊지 말자. 누군가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바로 내 각도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타인의 마음속 사각지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_정여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179p
결국 평생을 함께 갈 가장 가까운 친구는 '나 자신'
나 스스로 나 자신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게 어려울 때는 타인과 친해지는 방법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그대로 돌려주면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 길들지 않은 나만의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존중하자. 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 그것은 오직 ‘남들의 눈에 비친 나’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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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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