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책이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책이름 Jun 17. 2020

인간의 멸종이 빠를까,
펭귄의 멸종이 빠를까.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Mission Blue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출퇴근을 함께 하게 된 옆팀 동료 L과 점심 메뉴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연히 그녀가 미션 블루의 일환으로 생선이나 해산물 등을 안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https://mission-blue.org/about/

Mission Blue inspires action to explore and protect the ocean

(요약하자면,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고 지키자는 운동)



돼지, 소, 닭 등 동물권을 생각해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을 때도

그럼 저 동물들 대신 물고기를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물고기들도, 해양 생태계도 보존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대했을까요. 






크릴오일은 펭귄에게


이전부터 일회용컵 쓰지 않고 텀블러 쓰기, 비닐봉투 쓰지 않고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의 환경 보호 운동은 있어왔지만, 요즘 들어 이러한 움직임이 좀 더 당연시되고 Top-down 형태보다는 Bottom-up 형태로 일상에 밀접해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예전보다 사람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관심도 더 많아졌고요.


일례로 최근 방송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며 

크릴오일이 차세대 건강식품으로 소개되었는데

이 크릴오일이 건강식품도 아닐 뿐더러 사실 펭귄의 주식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어

여러 매체나 SNS를 통해 크릴오일을 소비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었죠.



최근에 제가 읽은 책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에서도 크릴새우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펭귄은 바닷물에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염분을 많이 섭취한다. 먹는 음식도 대부분 소금기 가득한 크릴이다. 그래서 콧구멍과 눈 사이에 염분을 걸러주는 기관이 따로 있다. 이를 모아서 민물과 함께 콧구멍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_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소금기 가득한 크릴이 주식이라서 아예 염분을 걸러주는 기관이 있을 정도인데

사람이 꼭 크릴새우까지 먹어야 할까요?


이미지 출처 :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펭귄을 살리기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극장보고과학기지(이하 장보고기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케이프워싱턴이라는 보호구역이 있다. 이곳에서는 황제펭귄이 가장 흔한 동물이다. 온통 황제펭귄이고 가끔 도둑갈매기가 머리 위로 날아다닐 뿐이다. 
하지만 황제펭귄을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남극을 통틀어도 손에 꼽힌다. 2010년 기준으로 황제펭귄의 수는 약 25만 쌍으로 추산되는데, 바로 이곳에 전 세계 개체군의 8퍼센트가 모여 있다. 

2019년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3만 6천 쌍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불과 90년 사이에 전체 황제펭귄의 86퍼센트가 사라지는 것이다. 머지않아 멸종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과학적 추정치들을 볼 때마다 막막해진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황제펭귄의 멸종을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른다. 펭귄을 살리기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장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나에게 가장 큰 화두다.

_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지구상의 생물종들은 평균적으로 100만 종당 매년 0.1의 비율로 멸종해왔는데 지난 2010년대에만 467종이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매년 46.7종이 멸종한 것으로 지난 10년간은 자연 발생적인 멸종 비율보다 467배나 높은 속도로 멸종한 셈인데요.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네가 종이컵 하나 안 쓰고, 비닐봉투 하나 안 받는다고 환경오염이 해결되겠냐고.


네,

 물론 종이컵 하나 덜 쓰고, 비닐봉투 하나 덜 쓴다고 

기적적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매일 건강에 좋은 걸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한다고 불로장수의 몸이 되나요?

아니잖아요. 

아닌 걸 알지만 우리는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는 거잖아요.


환경오염을 걱정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런 게 아닐까요.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얼음이 끝나고 바다가 나타나는 경계의 빛깔은 오로라를 닮았다. 넘실거리는 물결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열대 바다와 같이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실제로 온도계를 넣어보니 바다는 영하 1도였다. 잠시 손을 물에 담그자 금세 손이 시리고 아파왔다. 이렇게 차가운 남극 바다에 정말 먹을 게 많을까? 비록 바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펭귄은 그 안에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얼음 끝에서 주저없이 바다 위로 몸을 맡기고 뛰어내릴 수 있다.

 _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35p




2020, 코로나19의 이후,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장은 가동을 중지하고 

전세계 무역이 봉쇄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기질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야생동물들이 도심에 출연하기도 했다고 하죠.


우리는 절망의 터널과 희망의 터널의 기로 앞에 서 있는 게 아닐까요.

저에게 이것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면 희망의 터널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인간은 바꿀 수 있고 바뀔 수 있으니까, 그리고 동물은 자기들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니까. 



 



사람들은 동물에게서 보고 싶은 면만을 골라서 본다.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 그럴듯한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동물은 사람에게 교훈을 줄 생각 따위는 없다. 그저 자기들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_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즈와 부르주아를 싫어한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