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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Mar 25. 2021

꿈이란 건 사람을 살게 하거든 <나빌레라>

밤을 읽는 책 │ 나빌레라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문득,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꿈이 뭐였어?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나는, 신발 만드는 게 꿈이었어.
내가 만드는 신발을 사람들이 행복하게 신는 거.




할아버지는 오래 구두 수선방을 하셨습니다. 수선방을 하시며 열심히 모은 돈으로 수제화 가게를 차렸는데, 하필 그 시절! 브랜드 신발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건너편 건물에 브랜드 신발가게가 들어서고, 할아버지는 수제화를 만드는 꿈을 잠시 접어야만 했습니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꺼낸 책 <나빌레라>


여기에 우리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일흔 살 할아버지, 심덕출.

덕출 할아버지의 꿈은 70의 나이에 발레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덕출 할아버지는 70이 되어서야 늘 꿈꿔오던 발레를 시작할 용기를 냈지만,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됩니다. 하지만 덕출 할아버지는 발레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나약하고 힘없는 노인인 건 맞지만,

꿈을 향한 진심이 작은 건 아니었으니까요.


할아버지가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또 한 가지의 이유. 덕출 할아버지가 아팠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책임감으로 살아왔던 덕출 할아버지.


아픈 몸을 이끌고 발레를 할 수 있었던 건,

꿈이란 건 사람을 살게 하게도 하니까요.


꿈이란, 그런 거니까요.




꿈이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제 속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꼭 할 거야, 
언젠가 상황이 맞고 기회가 되면 이루고 싶어, 


언제나 '언젠가'로 미루기만 했던 나의 꿈

덕출 할아버지의 이야기 앞에 고개를 빼꼼 내밉니다.


덕출 할아버지 곁에는 채록이 있습니다. 나이는 다르지만, 발레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우정을 쌓아갑니다. 꿈에 도전하는 노인과 꿈에서 방황하는 청년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꿈 앞으로 한 걸음 확장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단 한 사람, 자신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 주는 힘이란 아름답단 생각을 합니다. 부러워지기도 하고요.


잠자기 전엔 항상 생각이 많아집니다. 일상에서 잊고 있던 감정들이 툭, 툭 올라옵니다. 글씨가 빼곡한 책은 읽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동화책을 읽기엔 헛헛하고, 그런 날에 쉽게 읽히는 만화를 집어 듭니다. 


일상에서 '언젠가'라는 말로 꿈을 미룰 때,

나의 것을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는 기분이 들 때.


그런 밤에 덕칠 할아버지와 채록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래도 괜찮다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꿈을 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꿈을 꾸고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작은 용기를 품게 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반짝이는 꿈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하고요. 책을 덮고, 침대에 누워 까만 천장을 바라보는데, 구둣방을 접고 구두 수선을 하고 계신 저희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괜찮아.
꿈이란 게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꿈이란 건, 사람을 살게 하거든.'



꿈이란 건, 사람을 살게 하거든-

그 말 한마디에 가슴 벅찬 밤입니다.




뭔가 하고 싶은데
할지 말지 고민한다는 건… 
좋은 거야.

자넨 지금 최고의 시기를 살고 있어.
고민이 된다는 건 행복한 거야.

고민조차 못 하게 되는 늙음이 찾아오면
지금 고민하고 망설인 걸
너무 많이 후회하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자넨 크게 날아오를 사람이야.
그러니 무시하지 말라고.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일요일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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