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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UM Sep 30. 2019

솔직이 뭔데

사실은 솔직한 거 싫었어.



굳이 알 필요 없었던 (지금도 뭐가 뭔지 모를)이야기를 전해들은 날. 철썩같이,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의 말만을 신뢰한 나는 며칠 밤을 뒤척였고 당사자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었다.


저 얼굴로, 그런 말을 해놓고,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게 말이나 되나? 아니지 않을까. 설마. 그래도. 온갖 궁금증과 의문과 의심과 흔들림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나의 의심을 나의 목소리로 전해들은 당사자는 고작 그런 거였냐며, 자기가 설명해주겠다 입을 열었다.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나. 의심할 여지 없이 그건 안도였지. 역시 그럼 그렇지. 그렇게 배신할 리 없지.


거의 10년 전의 일이다. 난 지금은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이었을 거라 확신한다. 그때는 그 말들이 거짓이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 또 속아 넘어갔던 건지 과거의 나에게 의문이 들 뿐이다.


다만 그때의 나는 '진실'이 또는 일련의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라 했지만 사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 말을 그 사람의 입으로 듣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진실이라 '믿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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