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by 미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안일은 그대들이 믿기 힘든 일일수도 있다. 체구도 작고 체력도 바닥인 내가 내 몸무게 반의반정도 나가는 무거운 전기톱을 들고 큰 나무들을 정기적으로 가지치기한다.


너무 자라난 큰 나무에는 키가 끝까지 닿지 않아 결국 늘 남편의 마무리 작업이 필요하긴 하다. 전기톱으로 가지치기를 할 때 직관적으로 보이는 일의 효율감과 시간대비 가성비, 설치미술을 하는 듯 한 예술성에 성취감과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얀 빨래를 더 하얗게 빨아서 햇볕을 쬐어 주는 것이 좋다. 빨래하는 일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천들에게 햇볕과 바람을 쐬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바삭바삭 잘 말린 빨래들이 행복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쁘게 접어 서랍에 차곡 차곡 넣으면, 고이고이 다루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집안일하면 정리정돈이다.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으면 내 최악의 건망증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자기애가 올라간다. 내가 찾는 물건이 한 번의 노력으로 찾아진다는 사실에 얼마나 큰 희열이 느껴지는지 많이 잃어버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집안일은 열심히 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에 힘을 들인 만큼 힘이 빠지는 일이다.


어떤 프로 주부는, 식구들이 깨끗한 집에서, 깨끗한 옷을 입고, 건강하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끼기에 집안일을 즐겁다고 하더라.


나도 식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열심히 만든 반찬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현상은 내 음식이 맛있다는 뜻인 줄은 안다. 하지만 음식이 금방 없어진 빈접시들을 보면 또 다음끼니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야 할 일 거리가 있기에 그다지 좋은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나는 늘 식품을 연구하시는 과학자들의 성과를 기다린다. 알약하나로도 진짜음식을 섭취할 때와 같은 포만감, 행복함, 쾌락을 주는 식품 개발에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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