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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offer를 받다.

by 미쉘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왔고, 조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진짜로 잡 오퍼 이메일을 받았다.

진짜. 잡오퍼를 인생 처음으로 받아 보았다.

한국에서는 교사 생활만 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적용된 고용계약은 처음이다.

마흔 넘어 어른이 된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인가.


남편의 가게일을 돕다 받게 된 이메일이었다.

가게에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나는 춤을 추고, 소리를 질렀다.


"대박~~~~"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썰다만 닭가슴살을 든 남편이 나의 호들갑을 지켜보며 진정하라 타일렀다.

하지만 그도 '대박 대박' 하며 한껏 웃고 있었다.


이런 낯선 곳에서 고용 계약서를 받아보다니...

난 나이도 많고, 영어도 잘 안되는데....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다니....

노력해서 안 되는 일도 많은데.. 이번에 나의 노력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다.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아직 사인을 해서 계약이 성사가 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감동을 해도 될까 싶은 마음에 잠시 정신을 차렸지만, 아니 이 순간만큼은 내가 나 스스로 에게 축복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학교를 다니기로 했던 나의 결정과 도전, 노력들, 포기한 인간관계...

그 긴 시간들이 모두 정답이었다고 말해주는 편지를 받은 기분이다.


일을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지금은 , 잡 오퍼를 받았다는 팩트만 즐길 뿐이다.


누군가 나의 이력을 보고 나를 인정해 주었다는 뜻, 나의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는 뜻
그리고 내 나이도, 내 인종도 모두 괜찮다고 말해주었다는 뜻.
내 버벅거리는 영어 또한 괜찮다는 뜻


한동안 너무 좋아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변에 자랑을 하면 어떨까 하다 그만두었다.

금세 내가 할 일은 '마케팅 매니저'라는 타이틀임을 상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는 일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분명한데, 타이틀이 마케팅 매니저라고 하니.. 왠지 내가 못 넘을 산을 넘어 보려 하는 건 아닌지 잠시 겁이 났다.

그리고 겸손 또 겸손... 아직 성사된 계약서가 아님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했다.


잡오퍼를 받았으니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유투브 선생님을 소환할 시간이다.

유튜브에 "what to do after receiving a Job offer?"라고 물으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행동들 관례들이 좌라락 나오고, 공부하여 상황에 대처만 하면 된다. 이 세상 유투버들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또 없다.


나는 이메일을 받자마자 오퍼를 잘 받았고, 잘 읽어보고 빠른 시간 내에 답을 해주겠다고 본능적으로 답을 보냈다. 그런데 그것이 알맞은 행동이라고 했다. 결정이야 어떻게 하든 일단 회사 쪽에 일을 하고 싶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후 계약서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다음은 잡 오퍼를 꼼꼼히 잘 읽어보고, 협상할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협상할 내용이 없으면 , 이제 이 일을 진짜로 할지 말지 고민 후, 답 이메일을 24 시간 안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협상할 내용이 있다면 내용을 잘 정리해서 간단하다면 이메일로 보내고, 간단하지 않은 문제 ( 돈문제)는 미팅을 잡고, 면대면으로 협상을 하라는 유투버의 조언을 들었다.


일단 나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셀러리를 제안받았기 때문에, 돈 문제는 전혀 리서치한 바가 없다.

지금 나에게 돈을 많이 받느냐 적게 받느냐의 문제보다는 일을 시작하느냐 마느냐가 급하기 때문이다.

졸업생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적고, 특히 내가 사는 지역에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그동안 배운 내용을 다 잊어버릴것이 분명하다. 나이든 두뇌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반복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지속해야 하는데, 그방법은 바로 배운 내용을 바로 써먹는 것 밖에 없기때문이다. 완전 미니멈을 제안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을 제안받았다. 잠시 .. 좋았으나 덜컥 겁이 났다. 이 돈의 값어치를 할 수 있으려나 하고 말이다.


일하는 시간은 유동적이게 해 준다고 했지만, 계약서에는 9-5이다. 이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다. 지적 재산권 부분에서 내가 일한 부분을 포트폴리오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도 있었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구두로 다 오갔던 협상 부분이었지만, 계약서에 넣으려면 또 변호사가 개입되어야 하고.. 등등 계약서에 구두로 이야기 한 부분이 없는 것을 이해하지만 내 요구를 어필 하는 측면에서 협상이메일을 보내게 되었다.


유동적인 시간은 아이들의 하교 후 활동에 필요한 일들에 대처하기 위함이고, 내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쓸 수 없다면, 포트폴리오를 위해 개인적으로 다른 일들을 기회해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이 두부분은 포기할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법 개입 문제 등등으로 계약서는 고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로서 책임을 위한 유동적인 시간은 가능하니 너무 염려 말라는 답. 이곳이 한국이었으면 이런 부분들을 당당하게 물어나 보았을까 싶다. 아쉽지만, 고마운 이 나라의 문화다.


협상이 잘되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을 경험과 배움의 기회로 삼고, 기분 좋게 서류에 사인을 해서 보냈다.

사인을 보내고 나서도, 이메일이 잘 간 것인지, 빠진 건 없는지 몇 번을 확인했다.


일을 시작할 날짜는 3주 후 4월 1일.

그날은 만우절인데.. 혹시 모든 것이 거짓말은 아니겠지... 하는 입방정도 떨어본다.


졸업전시회를 끝낸 후, 휴가기간을 지나 지금까지 대략 3개월 만에 직업을 구한샘이다. 휴가 기간을 빼면 2개월... 꽤 빠른 프로세스다. 그동안의 한 달은 1년과도 같았을 만큼 마음을 조리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분명 가사일로 바빴고, 프리랜서일을 구하기 위해 미팅을 다니고, 또 하루 한 시간씩 디자인 알바를 하고, 남편의 가게일을 도왔다. 밤에는 수익자동화를 위해 그림도 끄적여 보고, 글도 쓰며 마음을 달래 보았다.

그 모든 일은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생계를 위한 일이 시급해지자 모든 것들이 재미가 없어지고,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이제 일을 시작하면 돈걱정은 덜었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풀타임 일을 하며 다양한 역할에 쪄들어 살 것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여유롭게 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꿈을 이룰 것인가..

그것은 오롯이 나에게 달렸다.

지금 바로 많이 할 필요 없다.

매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그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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