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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터뷰

by 미쉘

카페에서의 인터뷰가 끝난 그날 오후 5시쯤 케이틀린에게서 문자가 왔다. 인터뷰가 있었던 일이었는지 모르고 지나칠뻔했던 엄마 역할로 바쁜 오후 시간을 보낸 후, 딸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던 차 안에서 문자를 확인했다.


Hi Michelle, it’s Kaitlyn from Luxurious … It was so lovely to meet with you today! I have spoken to the director and he would like to meet with you. Would you be available for an interview on Wednesday at 12.30pm? I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 줄 몰랐다. 일단 깜짝 놀랐고, 날아갈 것같이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이 지나 보내는 답장으로 혹시 이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필요 없는 걱정과 함께 그날 오전엔 다른 미팅 일정이 잡혀있었기에. 시간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마음이 편치않았다.


‘아무렴 사람 하는 일인데, 그런다고 기회를 박탈할 일은 없다. 난 일을 하며 함께 도우려고 하는 것이지, 무조건 ‘Yes’만 하는 노예가 되기 위해. 구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냥 팩트를 주고 팩트를 받자.’


Hi Kaitlyn. Thank you so much for the message. I am glad to hear that and excited to meet ㅇㅇㅇ. Unfortunately, I have a meeting on Wednesday at 11am. So i think that ‘d be a bit tight for me. Can it be 1pm or later than 1pm? Thanks Michelle
Hi Michelle. Would 1.30pm Wednesday work better for you?
Yes. Definitely. 1.30pm is perfect for me.
Thank you so much for your effort. Please let me know where should i go for a meeting. Thanks Michelle.


‘나’ 로서 모든 상황을 대처했더니, 나를 존중해 준다.


두번때 미팅은 그들의 오피스로 초대를 받았다. 카페가 아니라 오피스에서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긴장감이 확실히 두 배가 되었다. 두 명의 디렉터와 HR 매니저인 케이틀린을 눈앞에 두고 면접을 봐야 했다.


이틀뿐인 이 시점에서, 난 두 번째 미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만약 떨어지더라도 난 두 번째 미팅까지 경험해 본 구직자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니, 준비를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이 경험이 아주 좋은 밑거름이 될 테니까 말이다. 다운 되었던 내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상황에 집중하는 내모습에 스스로 반했다. (그만큼 빨리 일을 구하는 일이 간절했다. 영어를 다까먹기전에… 남편이 더 아프기전에.. 처리할 인보이스가 더 늘어나기전에..)


요즘은 유튜브, 인터넷이 있어 좋다. ‘두 번째 인터뷰, 파이널인터뷰 팁’이라고 검색하니 친절하신 분들이 우르르나와 나에게 비싼 강의와 팁들을 알려주었다. ( 감사 또 감사) 예시 답안을 만들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비디오를 찍어보며 내 모습과 영어 발음을 들어보기도 했다… ( 정말 못 들어주겠다).


답안을 준비하여 외우고, 내가 물어볼 질문들도 뽑아보고, 여러 가지 스타일로 말하는 연습을 해보고, 포트폴리오와 내 프로젝트 결과물을 또다시 두 손에 들고 인터뷰 장소로 갔다.


화장은 조금 더 진하게 했다. (색조 화장품은 요즘 한참 사춘기 딸인 화장대에서 협찬받았다) 아무래도 뷰티 인더스트리이니만큼 가꾸어진 외모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옷도 마케팅 메니져가 된 것처럼 정장과 셔츠로 차려입었다. 다행히 날씨가 추워서 하나뿐인 긴팔 정장 재킷이 어색하지 않은 날이었다. 결혼 반지도 오랜만에 끼었다. 결혼했고, 자녀도 있음을 강조하여 내자신을 간접적으로 좀더 알리고 싶었기때문이다.


하얗고 큰 테이블이 놓인 작은 회의실(?) 같은 곳이다. 유리 물컵과 유리 물통에 물이 한가득 담겨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한 컵 따라 시원하게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만두었다.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웠고, 하얀 유리컵에 립스틱 자국이 찍힌 모습은 그다지 좋은 인상이 아닐 거라 생각되었다.


케이틀린과 두 디렉터가 들어왔고, 난 유튜브 샘들이 가르쳐 준 대로 악수를 먼저 청했다. 그런 내 모습에 어색한 나를 느끼며.



어떤 질문을 할까 긴장의 끈을 놓지않으며, 디렉터의 말이 끝나길 기다린 지 10분째, 그는 나에게 질문을 하기보다는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건지에 대해 줄줄이 늘아 놓았다. 그는 나를 고용하기를 결정한 듯 보였다. 그는 케이틀린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녀가 나를 뽑았으므로 자신도 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굉장히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고, 난 벌써 고용 결정이 된 사람과 같았다. 그러나 유튜브 샘의 말이 메아리처럼 들렸다.


‘ 문서화된 오퍼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내가 고용되었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지 말라!‘


그래서 말끝마다 ‘If you hire me…’을 굳이 붙여가며 겸손을 노력을 했다.


짧은 인터뷰가 끝이 났다. 나는 마지막에도 악수를 청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참 잘했다.


사실 이 포지션은 마케터를 위한 자리로 디자인을 공부한 나에게 조금은 새롭고 어려운 자리가 될 것이다.

게다가 메니져라니… 비즈니스가 더 커질 면 내 밑으로 사람을 더 고용해서 마케팅 팀을 키울 계획을 한 디렉터의 말을 들으니 기대반 부담반 그리고 두려움반의 감정이 들었다.


이번주 내로 이메일을 보낸다고 한다.

그것이 잡 오퍼일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좋은 예감이다. 이번이 제발 마지막 인터뷰이길 기대해 본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과 영화 한 편 틀어놓고 이틀간 고생한 나에게 쉬는 시간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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