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안 하고 싶지만 기대된다.
Spa and Nail Ltd.
뷰티 살롱에서 마케팅 메니져를 고용한다는 광고가 떴다.
이샵 안다.
우리 동네에 유일하게 있는 몰 안에 작년에 생긴 럭셔리 네일숍이다. 근데 작은 샵에서 무슨 마케팅 메니져 씩이나 고용을 할까.
나는 남편 가게일을 세팅부터 광고 마케팅까지(거하다 왠지)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작은 비즈니스에서 뭘 원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내가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네일숍이나 광고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솔직하게 들었다. 학벌을 앞세운 쓸데없는 자존심이란 생각을 단번에 알아챘다. 겸손!
사실.. 작은 샵 마케팅 메니져면…
솔직히, 내 사정에서는 굉장히 괜찮은 포지션이다.
난 네일이나 하러 다닐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아니고, 네일을 싫어해서 인생 딱 한번만 네일숍에 가보았지만, 이 포지션은 내가 딱이다.
화려한 비주얼- 마케팅 콘텐츠 만들기 그만이다.
정확한 타깃 마켓- 난 이 지역에서 16년을 살았고, 뷰티 타깃마켓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안다. 온라인 쪽은 껌이다.
스몰 비즈니스- 운영경험, 마케팅 경험이 쪼끔 있다.
지원하고 싶다. 날 부르는 느낌이랄까?
매번 날 부르는 느낌이었으므로 기대감을 제로로 두고 지원을 했다.
한주가 지났고, 지원 기간이 지났다.
또 안되려나보다…
이메일이 왔다.
인터뷰 요청이다.
아싸.
인터뷰를 카페에서 하자고 한다.
오피스도 없나 보다.
하긴 샵 안에서 면접을 볼 수는 없으니, 그 앞에 있는 카페가 낫긴 하겠다.
졸업 후 세 번째 인터뷰다.
이번에도 또 떨어지겠지…
이번엔 얼마나 기분이 다운될까…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인터뷰 보기 무섭게 하고, 이 상황은 좋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땅으로 꺼지고 싶어졌다.
집에만 있다 보니 영어 말하기 실력을 더 떨어졌다.
버벅 대고, 말문이 트이질 않았다.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기억도 나질 않고, 마케팅은 2년 전에 잠시 배운 거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인터뷰마다 붙을 거란 생각을 하고 너 자신을 표현해 봐 자신 있게 해 봐. 좋은 경험으로 만들어봐’
매주 만나는 영어로 말하는 친구가 힘을 주었다.
그래. 그냥 최선을 다해보자. 경험이 재산이지 뭐.
인터뷰는 3일 뒤에 급하게 잡혔다.
3일의 시간.
“이제부터 엄마랑 3일 간만은 영어로만 말해야 해 얘들아 , 엄마 좀 도와줘”
아이들은 엄마랑 영어로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주었다.
3일이지만 매일, 스스로 통문장을 외워 비디오를 찍어 내가 말하는 모습을 체크해 보고 영어 근육을 입 주변에 붙이려고 노력했다.
3일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100% 목표달성을 해냈다.
이력서도 다시 읽어보고, 잡 디스크립션도 다시 읽어보고, 유튜브에 마케터 인터뷰 문답 같은 것들을 찾았고 단어와 문장에 익숙하려고 했다.
평생 처음해봤던 반 탈색한 머리카락도 진갈색 머리카락으로 단정한 하게 염색했다. 홈케어로….. 딸이 협찬을 했다. 이제 좀 나이 들어 보이지만, 있어 보인다.
카페에 앉았다. I look smart.
어깨 부분에 앉은 먼지를 떨어내고 네이비 재킷을 꺼내 입었다. 이곳과 영-~ 어울리지 않은 차림이지만 이번만은 look smark 란 떠돌아다니는 인터뷰 충고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꺼내어 들고, 잡 디스크립션을 한 번 더 보던 중, 크리스틴 HR manager 가 나타났다.
그녀는 young 했다.
커피를 시키고 어색한 마주 앉음.
하얀 종이와 펜을 꺼내드는 그녀의 모습에 다소 주눅이 들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달달외운 “ Tell me about yourself”를 첫 질문으로 받았고, 외운 티 내지 않으려고 추임새를 넣어가면 준비한 말들을 해냈다.
크리스틴의 표정은 밝았지만 계속 뭔가를 종이에 적는 그녀의 모습이 참 신경 쓰였다.
“ Do you have any team work experience?”
“ How do you measer your effectiveness for your work?”
“ Why did you apply for this job?”
……
인터뷰는 내가 유튜브에서 들었던 질문들을 쏟아냈고, 준비하지 않았던 질문에는 동문서답을 했고, 버벅 댔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또 아줌마 수다 근성이 나올 뻔한 것을 꾹 눌렀다. 내 이야기만 잔뜩 했더니 이 사람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난 역시 사람을 좋아한다.
커피는 마시는 둥 마는 둥 인터뷰는 속속들이 진행되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브런치를 계속 낼예정으로 마케팅을 담당할 메니져가 필요했던 것이다. 벌써 더니든 인버카길, 치치까지 내었고 다음은 넬슨 그리고 북섬까지 브런치 샵을 내예정이라고 한다.
헉.. 부담스럽다…
또 오지랖이 마음을 휘젓는다.
고용된 거 아니고! 인터뷰다!
인터뷰 마지막에는 꼭! 꼭! 질문을 해야 한다고 그랬다.
“ what is a next step?”
“what is this position’s day to day life looks like?”
두 개의 질문을 반드시 하라고 어디선가 읽어서 그렇게 했다.
다음 주에 두 명의 디렉터와 또 다른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 만약 내가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면…
아… 다음 주에 연락이 오면 좋겠지만…
또 다른 긴장감이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내가 오늘 마음에 들었을까?
HRmanager와 악수를 하고 그녀를 카페에서 먼저 떠나보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평안한 기운을 얻은 후, 다 마시지 못한 커피를 마셨다.
다음 주에 또다시 인터뷰 요청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