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에 대한 마음
지난 11월 치렀던 졸업 작품 전시회.
내 프로젝트 진행 능력과 디자인을 높게 평가한다며, 한 클라이언트에게 연락을 받았다.
초보 구직자에게 과분한 클라이언트 …
프리랜서 일이다.
구직자에게 다가온 클라이언트는 상품개발에 10년을 투자했다고 했다.
취미 삼아 개발해 온 상품이라고 한다.
자신의 직업은 따로 있지만 언제나 상품제작을 꿈꾸었고,
이제는 드디어 자신의 상품을 브랜드화하고 온라인 판매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을 졸업 전시회에 드나들었지만, 특별히 감동받은 디자이너가 없었다고.. 그런데 이번 작품전시회는 콘셉트부터 전시, 브랜드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고,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고 대 칭찬을 해주었다.
구직활동으로 힘이 빠져 있는 구직자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는 이메일 한통이었다.
어서 빨리 만나서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한 테이블에 앉았다.
처음으로 학교 내부가 아닌 외부의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먼저 다가온 순간이었다.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될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상품설명을 위해 10년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참 대단해 보였다.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열정의 끈을 놓치안은 이야기에 구직자는 매료되었다.
당장 계약 합시다!! 공짜로 해드리리다!!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구직자는 제 밑도 못 닦는 신세..
어서 빨리 꿈같은 상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돈이야기가 나오자, 자신감이 줄어든 목소리였다.
개인돈으로 상품개발을 하고 있으며, 시급제로 페이 해줄 수 없고, 프로젝트가 하나씩 끝나면 지급하는 형태로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라면 얼마가 되든 무조건 같이 일이 하고 싶다는 아리송한 대답을 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은 일을 잔뜩 해놓고 뒤에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본 적 있는바!! 꿈같은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계속 돈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구직자도 돈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라오.
하루빨리 직업을 구해서 살림살이에 보템이 되어야 한단 말이지...
나는 예술가인가? 디자이너인가? 비즈니스 하는 사람인가?? 헷갈리던 중.
구직자는 비즈니스 하는 사람으로 자세를 틀 리로 했다.
예술과 디자인도 돈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내 상황에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몇 주간을 고민한끝에 기획안을 작성하여 (가격포함) 이메일을 보낸 지 3주째가 되어간다.
꿈같은 프로젝트는 물 건너간 것인가...
아무 연락이 없다가 문득 하나의 이메일이 왔다.
다른 일정으로 너무 바빠서 내가 보낸 기획서를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얼마나 공들인 기획안인데.. 이렇게 날려 보내는구나..
키위들의 일하는 스타일이 느리디 느리다지만.. 이 느림은 안 한다는 신호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너무 가격을 높게 책정했나?
아닌데.. 정보수집 결과에 의하면 내 가격은 공짜나 다름없는데..
프리랜서 일보다, 구직활동에 힘쓰는 게 더 가성비 좋지 않을까?
새 브랜드를 론칭해 보는 좋은 기회인데.. 공짜로 할걸 그랬나?
역시 졸업한 학생으로 호구 취급은 받은것인가?
별생각.
프래랜서는 구직자가 미래에 찜해둔 직업군으로, 일에 대한 가닥이 좀 잡히면 해보려고 했었다.
처음이라 일하는 시스템과 가격책정 등등 수많은 일들을 혼자 쳐내기엔 아직 구직자에 불과한 주니어 디자이너 턱걸이 수준인 지금.. 오히려 잘됐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또 다른 좋은 기회를 걷어찬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