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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건물 속 텅 빈 의자

왜 누가 앉기만을 바라고 있나?

by 미쉘

우리 동네는 작지만 나름대로 많은 최첨단 기술을 장착해 놓은 박물관이 있다.


이곳 오타고 지역의 짧은 역사와 그 증거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 10년(?) 안에 지은 건물이라 최신식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 뉴질랜드의 초록빛과 푸른빛을 대신하는 화려한 조명들과, 터치스크린, 대형 스크린등과 같은 기술들을 이용해 화려한 전시를 해 둔 곳이다.


그러나 한 곳에 오래 살다 보니 나에게 이곳은 그저 커피약속 장소이다.


오래된 친구 프란세스를 만나러 가는 길, 비가 온다. 박물관 뒤에 무료 주차 90분에 주차를 하고, 로컬답게 박물관 뒷문을 이용해 비 오는 날을 피한다.


역시나 나무냄새보다는 콘크리트 냄새가 내 코를 사로 잡을쯤 텅텅 비어 있는 디자인된 의자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섹션들을 지날 때마다 화려한 조명아래 잘 장식된 인테리어의 공간에 놓여있는 멋진 의자.. 누군가 찾아와 앉아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


시골에… 이렇게 깔끔하고, 화려하고,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편의시설 안에 들어오면 비도 피할 수 있고, 맛있는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또 예쁜 작은 물건들을 쇼핑도 할 수 있고, 눈요기에, 정보도 습득하는 등 장점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고작; 뜸 한 관광객, 오늘 하루도 때워야 하는 그래서 전시에는 관심 없는 지친 양육자들 뿐이다.


이곳의 텅 빈 의자들을 보니 지금의 나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무늬만 화려한 구직자.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한국 1, 뉴질랜드 1의 학위를 가지고 있고, 이민과 부모로서 갈고닦은 책임감과 지속성을 겸비한, 늦은 학업에 소중함을 너무나 잘알고 있어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진심으로 행복을 느끼는 최고의 일꾼!


디자인 학생시설엔 매년 상을 받아 화려한 이력서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졸업 작품으로는 어떤 클라이언트도 한번 보면 무조건 채용해 간다던 그 큰 프로젝트를 해낸 내가 그런 구직자다.


화려하게 꾸며진 이력서는 어쩌다 기회를 잡기도 하지만, 찾아온 사람들은 이내 무슨 이유에서인지 구직자 의자에서 일어나 버린다.


구직자는 잘 꾸며진 공간에 놓여있는, 누군가 앉아주길만을 기다리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 텅 빈 의자는 아닐까.


내가 전시 담당자라면 사람들이 잘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의자를 둘 것이다. 의자사용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행사도 기획해 적극으로 마케팅도 하고, 그렇게 해서 찾아론 사람들에게는 정성껏 재밌고 신나게 즐길거리를 마련해 볼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분명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는 텅 빈 의자가 꼭 자신과 같다며 신세한탄을 한 후, 커피 테이블에 앉을 때까지 거슬리는 텅 빈 의자들을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력서만 돌리고 있는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누군가 찾아주지 않는 다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찾으면 되지 않는가.


입금을 목표로 구직을 하다 보니, 하기 싫은 일도 할 줄 모르는 일도 닥치는 대로 어플라이를 하고 뚝뚝 떨어지는 구직활동에 가치를 두지 않는 자신을 본다. 그런 사이클 안에 자신의 가치마저 끌어내리는 구직자.


이대로는 억울하다.


어떻게 끌어올린 자존감인가..


저런 텅 빈 의자들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만 있기에는 화려한 디자인이 너무 아깝다.


구조를 바꿔보자.

장소를 이동해 보자.

바퀴를 달아보자.

의자가 필요한 곳에 가서 필요한 의자가 되자.


구직자는 단단히 마음을 먹는다.

오늘도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에 10%만이라도 간직하고 힘을 내자고 또다시 다짐한다.


엄마로 아내로 주부로 돌아간 공간에서 체력이 방전되더라도 징징거림의 10%만 떼어내기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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