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을 멈춰야 하는 이유
만만하게 봤던 잡 인터뷰에서 떨어진 후,
아들과 딸이 비싼 학교에 등교를 한 후,
각종 영수증 이메일을 받은 후,
오늘도 몸과 마음이 아프고 힘든 그를 대한 후,
구직자는 불안해졌다.
돈을…. 벌어야 한다.
배운 것을 잘 써먹을 수 있는 직업이 많은 곳으로 이사를 갈까. 아니 주말 부부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 직업이나 하면서 기다려 볼까…. 혹시 그렇게 내 전공이 묻히는 건 아닐까.
그럼 그 시간에 프리랜서 일을 도전해 볼까? 클라이언트를 구하고, 일이 성사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리는데 그동안 늘어나는 지출은 어떻게 하지?
카페 같은 곳에서 단순 알바를 하며, 공부를 더 할까?
왜 나는 쓸데없이 빗을 내어 공부를 했을까. 다른
아줌마들처럼 집에서 집안일을 좀 더 연구해 보았으면 음식맛도 집안 청결도도 올라갔을 테고, 또 구직을 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별의별 잡생각에 불안 한 구직자는 오늘도 생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바쁜 하루를 보낸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조용하던 일주일에 5시간 하는 디자인 알바는 일이 겹겹이 들어온다. 그렇다고 돈을 더 받는 건 아니다.
남편가게에서도 알바가 여행을 간다며 일주일 땜빵 요청이 들어오고, 매일 5개씩 잡서치 웹사이트에서 여기저기 이력서 넣을 곳을 추천해 주는 쏟아지는 이메일 때문에 머리가 핑돌지만 … 졸업 후 휴대폰 사용시간은 걷잡을 수 없이 늘었고, 독서니 그림이니 그따위 것들은 잊은 지 오래되었다. 그 시간에 이력서 하나라도 더 넣어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출구 없는 걱정을 하느라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구직자다.
신세한탄 불평불만을 하느라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 채 오늘 하루도 흘려보낸다.
그동안 갈고닦은 마음수양은 어디로 간 것인가.
겨우 찾은 내 즐거운 취미는 왜 손에 잡히지 않는가.
“How did you go the interview?”
“failed… again”
15시간짜리 파트타임 마케팅 자리가 있어서 인터뷰까지 갔었다가 또 떨어진 나의 연락을 받은 Ann이 점심을 먹고 기분 전환을 하자고 했다.
내가 먹는 이 점심 값이 아깝게 느껴지다니… 자존감도 자기애도 떨어졌다. 구직자는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돌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너 두 번이나 인터뷰까지 갔다는 건 , 너의 이력서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야. 좋은 징조야 희망을 가져. 계속 어플라이 하고, 그동안 작은 알바라도 하면서 지내봐. 좋은 일이 결국 생길 거야. “
Ann의 이야기를 들으니 초조했던 마음이 달래졌다.
사실 구직자는 작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5시간이지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 일을 하고 있고, 가게일을 도우며 이익을 내고 있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느라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없지 않은가?
구직자는 쓸데없는 잡생각으로 자신을 죽이고 있으니, 잡생각에서 벗어나야 함을 느낀다.
유튜브를 켰다.
송길영이라는 분이 3-4개월 전 핵개인화라는 단어를 쓰며 책을 내었다고 한다. 우연히 클릭한 이분의 말들…
내가 3개월 정도 쓴 ‘구직자’라는 단어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쩌면 나는 핵개인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거부한 채 ‘구직자‘라 칭하며 선택받고 있길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으른 것일까?
왜 나는 구직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안정된 입금, 사회구성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출퇴근에 대한 그리움, 마이너라는 자격지심, 경험
구직을 할 이유는 많다.
핵개인이 될 이유와 같은 이유다.
구직자든 핵개인이든 자기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개발해야 됨은 같은 방향이다.
구직자는 걱정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야 한다.
언제까지 생각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