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쉘 Feb 09. 2023

평범한 하루가 힘든 하루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먹먹 해져온다.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엔 우린 모두 함께 살고 가까이 살고 있지 않나.

지진 피해의 영상을 편하게 보고 있노라니 죄책감 마저 든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고의로 뉴스를 보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하니 나의 삶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뉴스를 보지 않고 사는 삶은 어쩌면 너무나 이기적이지 않은가.

함께 사는 이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가 때로는 진부하고, 때로는 자극적이지만,

꼭 알고 살아가야 할 일들을 전해 주기도 하는 뉴스를 다시 잘 챙겨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탯줄을 떼지 않은 신생아가 구조되었다. 

구조대원의 두 손에 아직 힘이 없는 아기의 팔다리가 달랑달랑 거리며 빨리 이송이 되었다.   

안전해 보이는 병원침구에 누워 있는 아기가 내 눈엔 조금도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슬프고 통탄에 찬 모습이었다. 지진으로 인해 모든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아 이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조건 없는 사랑을 줄 모든 이가 떠나간 세상에서 이 아기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문뜩,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 어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기특하면서도, 화면을 통해 보는 사람다운 생각이라는 것이 씁쓸했다.


이민생활 10년을 넘게 한 동네에 살던 한국인 한분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 후 어제 세상을 떠나셨다. 한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했거나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 , 그분은 가끔 우리의 머리카락을 손봐주셨고, 안부를 묻던 분이셨다. 그동안 한인분들을 잘 만나지 않았던 나는 그분의 투병생활, 고인이 되신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유연히 알게 된 소식에 부랴 부랴 조의를 표했지만, 꾸며대는 진심 같아서 손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자리를 피해 다녔던 나,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그 마음과 같았다.


세상이 무너져도, 주변인이 아파도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일까?


오늘도 각자 입맛에 알맞은 아침을 먹었고,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아이들은 여느 날과 같이 방을 메고 학교로 갔고, 일하기 싫다며 한숨을 쉬긴 했지만, 늘 똑같은 하루를 보내러 남편도 집을 나섰다.  어젯밤 쌓아둔 집안일을 하고, 글을 쓰고, 이메일 확인 하며 하루를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평소와 같은 오늘 하루를 감사하는 일 밖에 달이 할 일이 없는데, 왜 이렇게 죄를 지은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