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여기
일주일간 주어진 여유로운 아침 시간.
식구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커튼을 치고, 명상록을 읽고,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계란이 들어가니 샌드위치가 훨씬 더 맛있다는 아들 녀석의 요구조건도 채워주었고,
아침부터 샤워를 하느라 부산을 떠는 사춘기 딸 녀석의 소란스러움도 잘 참아내 주었다.
월요일은 그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러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모두가 나가고 없는 집. 조용하지만 할 일이 많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렸다.
침구와 베개를 털고, 상쾌한 공기를 집안으로 들였다.
가족들을 위해 집안을 정돈하고 돌보는 일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이 새삼 느껴는 아침이었다.
가족을 위해 온전한 하루를 다 쓰지 않고, 시간을 분배하여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더니 느껴지는 행복감이다.
조금만 마음을 달리 먹으면 내 행복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어리석은 시절이 있었다.
남의 시간을 끌어다 써도 모자랄 지금, 그때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 내가 나의 시간을 이끌어 가고 있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지배력을 스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빨래와 끝없는 설거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침구들과 옷가지들을 볼 때면 짜증부터 났고,
투덜거리며 집안일을 했던 그때는 가족들을 위한 이일들의 소중함과 그 순간의 행복을 몰랐다.
시간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훨씬 더 여유로왔는데 말이다.
일주일 후, 개강을 하면 이젠 이런 여유도 부릴 수 없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지만, 괜찮다.
잘 해내어 나갈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지금 이 순간 전업주부로서의 완벽한 행복함을 잊지 않고 싶어서 기록으로 남긴다. 작은 행복이 두 배가 되었고,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쓰기를 마친다.
그때는 확실히 틀렸고, 이 순간 지금의 내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