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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쉘 Apr 10. 2023

마음에 없는 말

진심이 없는 말은 거짓말인가?

우연히 지인을 만났다.

관계의  본질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나에게 의미 없는 사람이 된 이 다.


그녀는 여전했다. 독특한 겉모습과 주변인을 신경 쓰듯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목소리톤, 이목을 집중시키는 보디래 귀지, 반쯤 풀린 눈으로 입에서 나오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것이 비빔밥을 비벼 먹을 때 가지런했던 고명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이는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다.


내가 아는 이야기도 모르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냥 듣는다. 그다음은 나에 근황에 대해 취조하듯 묻는다. 중국 전통춤 사자춤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엎치락뒤치락 여러 주제를 넘나드는 고도의 수다 기술은, 나 같은 아마추어 같은 사람은 말을 멈추고 빠져나오기에 너무나 촘촘하고 화려한 기술이다.


내 입에서 나온 모든 말들은 그녀의 시간 때우기용의 수다의 재료로 쓰이게 될 거라는 것을 알기에  대화에 진심을 넣는다거나, 수다용 떡밥이 될 만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다.


마음에 없는 추임새를 넣고, 가짜 맞장구도 친다. 진심이 아닌 말도 기분 좋게 말해주면, 그녀는 더 신이 나서 떠들어댄다. 알맹이 없는 대화는 늘 후회를 남긴다.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고, 진심이 아닌 말을 무더기로 쏟아놓고 돌아섰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대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혹자는 진심을 담아 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겠냐고 한다. 인간관계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냥저냥 좋게 지내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관계형성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보았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심을 담는 만큼 받는 상처는 커진다는 것을 안다. 진심 없이 대화하는 방법을 자꾸자꾸 훈련을 하면 될까? 진심이 없는 말을 내뱉을 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심을 담지 않으니 할 말이 하나도 없다. 이래서 사회생활이니 인간관계니 이런 것들을 제대로 못하나 보다. 마흔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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