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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쉘 Oct 22. 2023

정재승의 열두발자국

창의성으로 한발자국


“인간은 과학적으로 탐구하기엔 복잡한 존재이지만, 과학 아닌 것으로 탐구하기엔 너무 소중한 존재입니다. “

 

40년이 넘는 삶을 살면서 이런 문구는 처음 접해보았다. 과학자가 과학을 예찬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프롤로그에 적혀 있는 이 한 문구는 내 몸속 어딘가의 숨어 있었던 꿈틀거리는 반감을 알아차리게 했다... 그렇다. 나는 과학을 싫어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학창시절 배웠던 과목 ‘과학’ 을 싫어한다. 과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원인과 그 결과를 분석하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지식의 산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인간과, 환경, 현상,물리 생물과 물체,우주와 같은 것에 대해 깊이 몰입하는 아주 흥미롭지만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과 예술로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과학이 어려워서 싫어하기도 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과학이 가진 신뢰성 때문에 싫기도 했다. 과학은 그것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명확한지 확인시켜 준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사실을 번복하면서 신뢰를 무너뜨린다. 나는 그런 부분이 싫다. 어떤 결과든 명확할 수 없으며 흑과 백의 가능성을 늘 열어주는 어쩌면 좀 뜨뜻미지근한 나의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참 예민했을 사춘기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줄기세포’ 개발해다면 나라망신을 시킨 어느 한 과학자의 미디어에 비친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늘 나에게 과학은 생떼를 부르는 어린 고집쟁이아이와 같았다.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고, 늘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과학은 믿기 힘들어.’ 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 정재승의 열두발자국’을 읽고, 그런 편견을 조금은 버리게 되었다. 공부가 아닌 독서의 즐거움으로써 과학을 대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는 일곱 번째 발자국: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였다. 아무래도 최근 창의성이 요구되는 삶을 살고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부모 된 입장에서도 귀가 솔깃했던 구절이 많았다.

 

 

“창의적인 성취를 위해서도 훈련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어떤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거나, 상관없는 개념들을 서로 연결하고 , 추상적인 두 개념을 잇는 일이 그들의 뇌에서 벌어 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뮤즈가 우리의 뇌에 영감을 제공할 때, 이렇게 뇌에서는 온영역들의 파티가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내가 좀더 창의적 이려면, 문제를 굉장히 다양하고 이질적인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지적인 대화를 하고 영감을 주고 받고 지식도 섭취하고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혁신의 실마리는 늘 엉뚱한 곳에 있습니다.”

 

 

좀더 창의 적이 되려면 꾸준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위로가 되었다. 젊고 신선한 뇌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창의성을 발휘하며, 공부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느깍이 디자인 대학생인 내가, 그나마 프로젝트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노력과 훈련의 결과 였으므로, 창의적인 발상에 늘 자신감이 없었다. 남들보다 세배로 책상 앞에 앉아야 그나마 색다른 아이디어가 나오는 내가 디자이너라는 타이틀과 어울리기는 할까. 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훈련과 노력 또한 중요하다 해 주시니 너무나 반가웠다. 그동안 억지로 무리하게 쓴 내 뇌는 흰머리를 더 많이 나게 하는 원인이 되는 건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는 건지 정 재승 과학자님께 여쭤보고 싶다.

 

운동과 수면, 독서,여행, 사람과의 관계도 창의성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것에 백퍼센트 공감했다. 아이디어가 잘떠오르지 않아 일이 풀이지 않을 때는 운동을 했고 숙면을 취했다. 그러면  뇌가 신선해짐을 느꼈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곤 했던 지난 학교생활들이 기억났다.  독서와 여행은 두말할 것 없이 다양한 영감을 얹는데 중요한 툴이 되었던 것도, 사람 들과의 대화 혹은 대상을 관찰하는 일도 좋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내가 겪은 이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사실 ‘모른다’는 것은 즐기는 사람이었다. 모름’ 은  의지하는 삶을 살게했고, 편안한 삶을 누리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선호했던 ‘모름’은 사실 ‘모름’이 아니라 ‘  게으름’ 이었다. 지식을 가지고 인식한다는 것이 얼마나 창의성에 도움이 되는지 그동안 나의 창의성은 ‘모름’에서 나온다 착각했던 것이 사실은  지식으로 인한 인식 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또한 그리하여 독서와 끊임없는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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