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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쉘 Dec 27. 2023

시어머니 오신날

아버님빼고


시누이와 초등학생 두 조카와 함께 십년만에 시어머니가 우리집에 오셨다.


추가된 다른이들로 인해 아버님 뺀 시어머니는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늘 궁금했었는데 , 이번에도 어머님을 더알아갈 수 있는 시간은 아닌듯하다.


내년이면 칠십이되시는 이 분은 내가 참 좋아하는 어르신들 중 한분이다. 어느날은 너무 좋아서 백 허그를 할뻔 했었다가 감정을 억누른적도 있다. 어느날은 혹시 내가 우리 엄마 보다 더 좋아 하고 있는건 아닐까 착각 한적도 있었다.


내년이면 칠십이되시는 이 분은 내가 가끔 싫어하기도 한다.어느날은  너무 싫어서 눈을 흘긴적도 있었고, 미운소리를 골라서만 한적도 있었고, 본인이 낳은 자식앞에서 험담자루를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씌워 자루속에 가두어 놓고 고문을 한 적도 있었다.


그 시절 열살이나 많은 기쎈 월남전 참전용사와  순하디 순한 소녀가 만나 살림을 차리고, 순둥순둥 말잘듣는 프로 가정주부로 몇십년을 살아오신 , 하지만 본인은 화가나면 물 불안가린다 하신다고 한다.


험한 부부 관계는 어떤것인지 목격하며 살아온 나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지만, 순하고, 집순이인 이런 엄마가 어릴적부터 나를 길러준 사람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우리엄마가 더 낫다고 느끼는건 그분에게 담배 냄새가 나지만 그사실을 숨기실때 (16년간 모름척 하고있음) 역시 맛있는건 본인 자식입에 먼저 더 많이 넣어주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을때  ( 너는 그만먹어 우리아들 더 먹게 라는 말을 곧 잘 하심) 함께 목욕탕 가기싫은건 마찬가지인데 피난가듯 더 급 사양하실때 (가끔 한국갈때) 그리고 이 괴롭고 힘든 이민생활을 잘가라 잘가라 제발로 떠밀었을때,이민 잘 갔다고 아들 등짝을 두드리며 뭣모르는 소리를 하실때다.(우린 가족이 그리운데).


그래도 역시 시어머니 이지만 내가 좋아하고 감사할 수 밖에 없는건 자식과 동등하게 (동등하진 않겠지만) ‘애야’ 며느라‘ 가 아닌 내이름을 사용하여 나를 부르실때, 해외살이 산후조리 모두 도맡아 해주셨을때, 기쎈 아버님의 총알 받이가 되어 주실때, 한국 방문시 며느리아닌 귀한 손님처럼 대해주실때다.


오랜시간 알아 왔지만 온전한 어머니를 다 알지는 못하는것 같다.왜냐하면 늘 아버님의 방패막 역할을 하시느라 나대신 밥도 하셔, 대신 대답도 해주셔, 이런저런 일처리도 방향 전환하셔 , 대신 말대답 하셔, 나대신 화도 내셔… 이런모습들이 며느리를 위한 모습인것인지, 집안의 평화를 위해 본인이 희생하는 것인지는 알 수없지만 어쨌든 어머니 덕분에 못된 며느리 역할은 안했으니(내생각) 감사할따름이다.


아버님을 뺀 어머니의 모습은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또 그런 어머니를 나는 어떻게 대할지 궁금하다.

4주간의 짧고 긴 시간들 속에서 이분의 진짜 모습을 좀 더 알고싶다. 며느리 역할을 잘 할 것이고( 밥을 주도적으로 해보겠다는 뜻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 있도록 저녁 마다 함께 연속극 ( 다행히 보고싶었던 ‘연인’을 본다하신다)을 보겠다. 6년만에 아들 상봉하신 어머니가 슬프시지않게 아들에게 나가는 잔소리 량을 좀 줄이고, 그에게 자유를 선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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