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날씨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날이 가장 좋다.
천둥도 치고 번개도 번쩍번쩍 대는 그런 날 말이다.
그런 날은 난리 법석인 바깥세상과 달리 습기 찬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빗소리를 감상하고,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관찰할,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는 날이었다.
된장찌개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메우듯, 온 세상을 흙냄새로 가득 채웠던 날,
코끝을 끙끙거리며 흙냄새로 채취를 바꾸었던 날.
너무 큰 천둥소리가 가슴을 쿵쾅대게 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시끄러워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날. 그냥 요란하게 비 오는 날이었다.
어린 시절 딱 하루였던 그날의 기억은, 요란하게 비 오는 날씨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로 만들었다.
보금자리가 달라지자 내가 좋아하는 날씨 또한 바뀌게 되었다. 아니 추가가 되었다.
이제는 화창하고 햇볕 쨍쨍한 날씨도 내가 좋아하는 날씨가 되었다.
사계절 내내 쌀쌀한 기운이 늘 감도는 이곳에 내리쬐는 쨍쨍한 햇볕은,
내 몸과 주변의 모든 곰팡이를 청소해 주러 들린 청소부 같은 느낌이다.
이런 날은 자연 갤러리 공짜 티켓도 생기고 내 작품도 생기는 날이다.
다양한 색상의 하늘에 구름들이 그려내는 예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그 모습을 카메라 렌즈로 담으면 나도 작품 하나를 얻을 수 있는 날이 되기 때문이다.
챙 넓은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선블록을 잔뜩 바르기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바다로 가면 파도와 물개를 만나고. 산으로 가면 큰 나무와 소, 양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해가 나는 화창한 날씨는 선물을 받는 날과 같아서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