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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즈덤리 Sep 28. 2022

부모님이 나에게 준 건 비혼이 아니라 결혼이었다.

비혼주의자가 결혼했다(6)


* 부모님을 보며 비혼을 꿈꿨다는 건


부모님의 사랑을 한창 받을 나이.


아버지는 아빠가 없었고, 어머니는 부모님이 없었어요. 그래서 두분 다 일찍이 상경하셨고 힘들게 사셨어요.


자식은 부모의 뒤를 보고 자연스레 닮아 간다고 하잖아요. 우리 부모님은 집이라는 품 안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 부모님의 곁에서 자란 막내딸은 비혼을 결심했어요. 우리 가족이 유독 불행하게 느껴졌어요. 이유 없는 다툼, 배려 없는 대화들 속에서 끝없이 지쳤던 것 같아요. 혼자 심리상담센터에 찾아가 상담도 받아봤지만, 집단상담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나왔었죠.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변하는 것들을 유지하는 건 참 힘들어요. 우리 가족도 그런 인생이 버거웠었나 봐요.



작은 조언 하나


“도전은 해볼 만하다”

"배우자를 존경해야 한다"


부모님께 조언을 듣고 싶을 때가 있어요. 세상을 잘 헤쳐나가고 있는 건 맞는지 순간의 헷갈림을 마주할 때, 나의 어른인 부모님이 주는 정답을 따르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것이 부족하게 느껴졌었나봐요.


“엄마, 내 나이에 알아야 할 인생 조언 같은 거 있어?”

“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거지, 뭐”


정말 힘들었던 날, 어머니에게 솔직하게 물었지만 괜찮은 답을 기대했던 저는 속이 답답했어요. 그저 열심히 살라는 말이구나. 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어머니는 제가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것을 주셨을텐데 저는 여전히 몰랐어요.


자연스럽게 변했어요. 누군가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개념은 인생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거라 확신했어요.



바보의 마음


애써 눈을 감고 열심히 살았어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버렸네요. 큰 결심이었어요. 많이 울었어요.


“우리 집을 알고 나면 실망할 텐데, 결국 날 떠나면 어쩌지? “ 남자친구를 만나면 떠올렸던 고민들. 그런 부정적 감정을 해결할 시기가 와버렸던 거죠. 오직 저를 믿고 결혼을 결심했어요. 내가 괜찮은 사람이니까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라고요. 배우자는 그런 저를 모두 이해했어요.



숙제: 능숙함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아요. 모두의 삶이 서툴렀을 뿐이에요. 부모님이라는 역할이 서투셨던 엄마 아빠는 저를 훌륭하게 키우셨으니 그걸로도 충분해요.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까요.


“난 좋은 사람과 행복할 자격이 있다”


비혼주의자로 살면서 마음 한편에 숨겨놨던 말이에요. 이제는 잘 꺼내서 잃지 않아야겠어요. 그러려면 능숙해져야만 해요. 아내로서, 결혼한 딸로서 더 이상 서툴지 않도록 말이에요. 불행하게 느껴졌던 가족 울타리의 기억을 벗고, 사람을 공부하고 그 관계를 잇는 방법을 터득해보려고요.


제 인생에 좋은 숙제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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