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넘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작년 교권 문제로 학교 안팎으로 시끄러우면서 교사인 내 마음도 많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글을 올리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기 검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처음 고3 담임을 맡은 선생님들의 고민들을 들으면서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올해 가르친 내 학생들을 통해 많은 치유를 경험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작년에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일부 브런치에 올린다.
(2023년 7월 작성 글)
이번주 고3 수시 상담을 앞두고 주말에 미리 학생들에게 수시지원계획서를 받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눈이 꼭대기에 가 있는 아이들의 슈퍼 상향 수시 지원 계획서를 보고 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아무래도 혼자 괜찮아질 것 같지 않아 고3담임 4년차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수시 상담 앞두고 마음이 또 너무 무거워. 어제 애들이 써낸 수시지원계획서 확인하고 밤새 악몽꿨어."
"아고, 고3담임 2년차인데도 많이 스트레스 받는구나."
"응, 작년에는 처음 고3담임하며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면, 그래도 올해는 훨씬 편한 마음으로 보냈거든. 근데 또 수시 상담 때 학생들에게 네가 원하는 대학 진학 어렵다고 말해야하고, 아이들 상처받거나 실망하고 또 어떤 아이는 나를 미워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눌려. 상담하러 오신다는 학부모님들도 작년과 달리 올해는 5등급 이하인 학생들 학부모님인데 인서울 대학 어렵다는 말 꺼낼 생각하니 차마 입이 안 떨어질 것 같고...무엇보다 올해 우리반 애들 성실하고 착한데 내가 그 아이들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두려운 거 같아."
"그렇구나... 그런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고3담임에게 어떤 대단한 기대가 있을까? 그들도 본인 실력과 현실을 어느 정도 짐작하지만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담임에게 위로받고 싶은 거 아닐까? 교사들이 참고하는 입시 자료는 다 비슷하니 객관적인 자료로 진학 지도는 하고, 마음 다독여주면 좋을 거 같아."
"그래, 네 말을 들으니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진다. 뭔가 내가 쪽집게가 되어 어느 대학이 구멍날지 맞춰줘야할 거 같은 부담이 있었는데 성실하게 입시 자료 공부해가면서 상담해볼게."
친구 말을 듣고나니 문득 작년 내 제자들이 떠올랐다. 나는 아이들이 재수하게 되면 나를 원망할 줄 알았다. 그러나 9월 모의고사를 접수하러 학교에 들른 재수하는 제자들은 내 자리에 일부러 들러 "선생님~ 보고싶었어요", "저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선생님이 작년에 해주신 말씀들이 재수하며 많이 힘이 돼요." 말해준다. 결국 진심은 전해지나보다.
올해도 우리반 아이들 위해 기도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수시 상담을 해나가야지. 아이들 인생을 내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돕는 사람이다. 또 힘을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