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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Jan 06. 2024

내가 교사여서 좋을 때

선생님인 나만 할 수 있는 것

 (23년 9월에 쓴 글)


  학기 초부터 담임반에 마음 쓰이는 학생이 있었다. 항상 얼굴에 그늘이 져있었다.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겨서 주변 친구들도 다가가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상담을 해보니 의외로 나와 대화가 잘 통했다. 속도 깊고 책을 좋아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했고 무엇보다 예의 바른 태도를 지녔다. 나는 금세 학생이 좋아졌다. 

  학생은 중학생 때 친구도 많고 공부도 잘했다고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와 코로나를 겪고 개인적인 일을 겪으며 마음이 우울해지고 단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했으며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 학생을 위해 우리 반은 짝꿍 제도를 도입했다. 고3 학급은 잦은 모의고사 때문에 수능 대형으로 따로 앉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도 짝이 있으면 매달 짝이 바뀌면 반 친구들과 돌아가며 서로 일상적인 대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일부러 학급동아리 시간에 자기소개와 이름 빙고도 했다. 그러나 있던 친구 관계도 거리를 두고 입시에 매진하는 고3 시기에 그 이상 다른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었다. 

  일 년 동안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상담 때마다 진심을 담아 격려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내가 그렇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학생들은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해야 한다. 

  수시 상담을 하다 갑자기 학생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학생이 펑펑 눈물을 쏟았다. 학생의 우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선생님이 미안하다'며 같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뭔가 내가 더 노력할 부분은 없었을까 속상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반성했다. 우는 학생과 같이 우는 게 아니라 지난 3년 힘들었어도 잘 버텨낸 네가 대견하다고 의연하게 격려해 줄걸. 그래서 고민 끝에 긴 장문의 편지 카톡을 보냈다. 학생은 1학년 때부터 내 국어 수업을 참 좋아했다고 고맙다고 답장을 했다. 

  오늘 학생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간단한 입시 상담을 마친 후 학생이 고등학교에 와서 만난 선생님 중 제일 자기 마음을 잘 알아주고 힘이 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며 정말 고맙다고 하셨다. 수시 상담 기간 내내 학부모 상담을 하며 내 마음이 지치고 상하기도 했는데 그 말씀이 위로가 되었다. 

  교사가 되어서 학생이나 학부모님과 진심을 나눌 때, 이건 내가 교사이기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란 생각을 한다. 3년간 혼자였던 내 학생에게 내가 교사가 아니었다면 무슨 방법으로 위로를 전할 수 있었을까. 내가 학생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드는 요즘 같은 때에 나를 좋은 선생님으로 여겨주는 학생을 만나 행운이다. 매년 다양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는 것이 이 직업의 가장 힘든 점인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교직 생활을 하며 악연은 최대한 멀리 피해가고 이렇게 좋은 인연들은 최대한 자주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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