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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Jan 03. 2021

고등학교 국어 교사 어때요?_과목편

고등학교 국어 교사라 좋은 점과 힘든 점에 대하여

  최근 여러 교사 소모임에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급과 과목의 선생님들을 만나고 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것을 궁금해한다. '초등학생 가르치는 건 어떤 게 제일 힘들어요? 중학교랑 고등학교 근무 중 어떤 게 더 나으셨어요? 영어과는 시험 문제 내기 힘들죠? 사회과 선생님들 근무 여건 좋아 보이던데 실제로도 그래요?' 등의 질문들이 끊이지 않고 오간다. 물론 나 역시 '여고생들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는 어떤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반 사람들에게 교사는 다 같은 교사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어느 급의 학교에 있는지와 어떤 교과를 가르치는지, 그리고 근무하는 학교의 지역과 조직 분위기에 따라 교사들의 삶은 많이 달라진다. 마치 '회사원'이라고 해서 다 같은 일을 하며 똑같은 고충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우선 나는 '국어' 과목을 가르친다.

  국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지식 교육과 동시에 인성 교육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문학을 가르치며 자기 자신과 타인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것은 큰 보람이다. 비문학을 가르치면서도 관련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줄 수 있다. 국어 과목 자체가 궁극적으로는 '소통하는 능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긴밀히 소통해나가는 즐거움도 크다. 또한 학생들은 모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신감과 흥미를 갖고 수업에 임한다. 그리고 주요 과목인만큼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도 적극적이라 좋다. 


  그러나 국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크다. 일단 시험기간마다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국어인 만큼 시험 문제를 만들 때 과목 중 제일 먼저 출제 회의를 시작해서 제일 마지막에 마감하는 것이 국어과이다(비슷하게는 영어과가 있다). 여러 교사가 붙어서 정말 다양한 각도로 다시 보려고 노력해도 꼭 한 번씩 오류가 발견된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당연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과목이기 때문에 시험 정답에 대해 학생, 학부모, 학원 강사가 죽자고 달려들어 실랑이가 벌어지면 그때마다 방어하느라 멘털이 너덜너덜해진다. 그래서 시험 출제 기간이나 성적 확인 기간마다 마음이 불안하고 두렵다. 그때마다 내가 과연 정년퇴직까지 국어 과목을 가르칠 수 있을까 싶다. 또한 국어 과목에서 문학과 비문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문이 생산되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지문을 연구해야 한다. 고전 작품들이나 유명한 현대 문학은 한 번 연구해두면 이후 수업 준비에 도움이 되지만 그 외에는 매번 교과서와 수능에 새로운 지문이 실리기 때문에 수업 연구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또한 국어과목은 자칫하면 가치관의 주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르칠 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잘못하면 교사 개인의 편파적인 생각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능과 중간 기말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지시적인 내용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학생들의 창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닫아버릴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도 글쓰기와 같은 수행평가에서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면밀히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또한 문법을 가르칠 때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교사도 실수하기가 쉽고, 모든 문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학생들 질문에 대한 긴장감도 높다.


  그래도 여전히 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즐겁다. 특히 내 수업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나 아이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할 때 그러하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백석과 같은 시인을 마음껏 소개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로 활동을 해도 수업의 일환이 된다는 것이 뭔가 합법적인 덕질을 하는 기분이랄까. 나아가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업에서 '의미'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이 과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새로운 문학 또는 비문학을 읽고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다. 일을 하며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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