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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Jan 03. 2021

고등학교 국어 교사 어때요?_학교급 편

'고등학교' 교사라서 좋은 점과 힘든 점

  지난번 '고등학교 국어 교사'에 대한 이야기 중 '과목'의 특성에 이어 '학교급'의 특성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우선 나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을 졸업을 앞두고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무렵 이미 나는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싶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 이유는 대학생 때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을 과외 및 교육봉사로 다양하게 가르쳐보았는데, 그때 가장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던 대상이 고등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미국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였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교육학 교수가 싶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 사범대를 다녔다. 매일 10시간씩 도서관에 앉아 교육학을 공부하는 것도 싫은 일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미국인 초등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업은 가슴이 벅찼다. 미국 중부에서 인종차별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견디던 나에게 아이들은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줬다.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그 길이 어찌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지금도 떠올리면 따듯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과외나 방과 후 수업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칠 때는 어린아이들과 소통이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학생에게 계속 맞춰줘야 하는 부담을 느꼈다. 막내 동생 우쭈쭈 하며 놀아주는 기분이랄까. 수업의 내용 또한 내게 별다른 지적 자극을 주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중학생을 가르칠 때 가장 많이 웃었다. 중학생을 과외수업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대학시절 방학 때 내려가 합숙했던 지방의 교육봉사에서 만났다. 중학생들은 당장 입시의 부담이 큰 것도 아니고 아직 어린아이다운 순수함도 지니고 있었기에 수업도 즐겁고 수업 마치고 나가 같이 어울려 노는 시간도 재밌었다. 그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고, 바닷가에서 짜장면도 시켜먹고, 읍내에 유일한 롯데리아에 가서 우스갯소리들 나누며 맛있는 것을 먹고, 거리에 나가 이것저것 구경하며 수다 떠는 등 모든 순간이 좋았다. 중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가장 순수한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중학생들과 있을 때 나는 '큰 언니'같은 사람이지 '선생님'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끝으로 교사가 되기 전 7년 동안 가장 많이 만난 학생들은 고등학생이었다. 고등학생들을 만날 때 가장 깊이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네 마음을 내가 알고 내 마음을 네가 안다는 기분. 그리고 고등학생을 가르칠 때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는데 그 공부 가운데 지적 충족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입시에 지식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그 결과를 몇 년 내로 확인하는 희열과 보람이 있었다. 또한 내 학창 시절을 돌아보았을 때 고등학생 시절이 가장 만족스럽고 즐거운 시절이었던 것도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교사가 된 이후 물론 어려운 점들도 있다. 속된 표현으로 '머리가 큰' 아이들이라 수업이나 생활 지도에서 기싸움할 때마다 피곤하고, 가끔 제도를 이용해서 영악하게 구는 아이들도 얄밉고, 계속 변화하는 대학 입시 제도를 숙지하며 지도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점점 더 수능 국어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사교육과 경쟁하며 국어를 공부하고 수업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벅차게 느껴진다.(행정일을 하며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다시 선택권을 준다면 나는 또다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겠다. 고등학교 1학년들은 병아리처럼 따르는 게 귀엽고 수업 시간에 다양한 국어 활동들을 시도하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다. 2학년들은 과도기인 만큼 어느 정도 스스로 학교 생활을 챙겨나갈 줄 알면서도 아직 변화의 여지가 있어 성적이나 태도가 변화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보람이 있다. 3학년들은 같이 전투에 임하는 전우애가 있다. 그리고 다들 마음이 절실한 시기라서 따듯한 눈빛 한 번, 위로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 아이들이 애틋하고 귀하다. 또한 3학년 수업은 긴장감이 있어서 수업 준비는 힘들어도 수업에서 불태우는 맛이 있다.     


  학교를 생각하면 돌아가서 각 학년마다 해보고 싶은 수업과 일들이 너무 많다. 그것만으로도 '아 고등학교 교사가 되길 참 잘했구나'싶다. 휴직 때 하고 싶은 것들 잘 정리해두었다가 돌아가서 마음껏 시도해보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대학입시 결과를 앞둔 제자들이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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