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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Jan 17. 2021

책을 선물 받는 기쁨

친구에게 계절마다 책을 선물받고 있다

  나는 책을 선물하는 것도 책을 선물 받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책을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하기에 예전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하곤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선물로 받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인 취향이 아닌 경우도 있고, 독서에 취미가 없어 읽는 것이 고역일 수 있는 데다가,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가급적 책을 선물하는 것을 자제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가끔 '이 사람이 이 책을 정말 좋아할 것 같아'라는 확신이 들 때면 일방적으로 선물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 책을 선물 받는 기쁨에 대해 부쩍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한 친구 덕분이다. 친구와 나는 문과대 동기 간이다. 이십대에 그 친구와 서로의 꿈에 대해 많이 대화했던 추억이 있다. 나만큼이나 하고 싶은 게 많은 친구였다. 외모도 예쁘지만 말씨도 참 고왔다. 한 번은 친구와 같은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친구가 발표할 때 스피치를 유창하고도 매력적으로 잘 해서 나중에 강연자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졸업 이후 친구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나는 교사가 되었다. 이십대에는 그렇게 직업이 결정되면 그걸로 인생은 그만인 줄 알았다. 나는 교사가 된 이후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육아에 내 온 힘을 쏟는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친구는 직업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기에도 참 부지런히 자기 자신을 탐색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신의 삶을 애정 어리게 가꾸어가는 사람을 사랑한다. 친구는 열심히 자신의 취향과 재능을 찾아갔다. 그래서 티소믈리에도 되고, 북쉐어링 클래스 진행자도 되고, 책을 내는 작가도 되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많이 부럽고 가끔 질투도 났다. 나도 아이들을 낳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마음껏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 번씩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을 배려라도 하듯 친구는 내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여러 선물을 보냈다. 내 취향을 고려해 선별한 차들을 예쁜 케이스에 담아 보냈다. 내가 읽으면 좋을 책들을 계절마다 이유 없이 보내줬다. 지금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이 시간이 가치 있지만 동시에 메말라가는 시기라는 것을 다 안다는 듯이. 


  친구가 보내준 책들을 조금씩 읽고 있다. 어쩜 하나같이 이런 보배 같은 글들을 담고 있는지 책들을 읽을 때마다 내 영혼에 물을 주는 기분이 든다. 마음이 다시 싱싱해진다. 미래에 대해 기대감이 든다. 나도 힘을 내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알려진 베스트셀러들을 읽어도 이런 기분이 들지 않는데 친구가 선물해 주는 책들은 하나같이 나를 설레게 한다. 친구가 나에게 선물하는 것은 책이 아니고 마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를 통해 '이유 없이 주는 마음'을 배운다. 십 년 넘게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 인생에는 서로의 인생을 절대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 그 힘으로 조금 더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우리의 우정이 좋은 차처럼 오래도록 향기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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