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21.04.13)

*첫째 딸 봄이 다섯 살, 둘째 아들 가을이 9개월

by 옥돌의 지혜

-날이 풀리고 두 아이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가는 일이 늘어나자 남매룩을 사기 시작했다. 봄이와 가을이를 세트로 입혀놓고 보고 있으면 그렇게 흐뭇하고 어여쁠 수가 없다. 이렇게 또 돈을 쓰기 시작한다. 살이 빠지면서 임부복이나 큰 사이즈 옷들을 버리고 있다. 동시에 입을 옷이 없다는 핑계로 매일같이 옷을 새로 사고 있다. 이 물욕. 오히려 휴직 중에 더 핫딜을 비롯한 소비에 매몰된다. 거기서라도 작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찾는 듯하다. 그래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주위에서 가베나 몬테소리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내가 중고등학생 때 수학으로 고생해서 그런지 이런 것들을 해주면 우리 아이들은 더 수학 머리가 생기지 않을까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저 교구들을 관리할 자신도 엄마표로 해줄 자신도 없다. 사교육은 더욱 생각이 안 든다. 나중에 후회할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으면서 사고만 싶어 한다. 내가 원하는 건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일까 남들 하는 거 다 해보고 싶은 것일까.


-봄이가 유치원을 다닌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유치원 생활이 궁금하다. 예전 어린이집은 집 바로 앞에 있어서 지나가다가 활동들이 보이기도 했고, 어린이집이라 선생님들이 매일 등하원 길에 상세하게 활동을 설명해주셨고, 어린이집 친구들과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기 때문에 친구관계도 파악이 됐다. 그런데 유치원은 셔틀버스를 타고 가고, 코로나로 부모가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활동들이나 친구관계가 잘 파악이 안 된다. 봄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좋겠는데, "오늘 뭐했어?, 누구랑 놀았어?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물어보아도 "모르겠어~"하고 만다. 다른 것들은 의사표현을 제법 하는 봄이가 매일 모르겠다고 하니 아직 대화 수준이 안 되는 건지 말하고 싶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판단이 잘 안 선다.

-봄이가 유치원에서 자기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오거나 사인펜으로 옷을 버려올 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어렵다. '다른 사람 것은 가져오는 게 아니야' 이렇게 부드럽게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건지, 단호하게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혼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단호하게 혼내면 봄이가 너무 위축되고 수치감을 느끼는 게 보인다. 그렇다고 별 일 아닌 것처럼 부드럽게 말하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봄이가 요즘 부쩍 아기 흉내를 낸다. 나도 한 달째 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하루 종일 가을이를 데리고 돌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중심이 가을이에게 기울어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봄이가 집에 와도 자꾸 입에서 '가을아'가 나온다. 이런 내 태도를 귀신같이 알아챘는지 봄이가 일주일 내내 아기 흉내를 다시 낸다. 기어 다니고, 밥도 떠 먹여달라고 하고, 가을이처럼 아기띠에 안아달라고 한다. "우리 아기 봄이 사랑해"라고 하며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있다. 봄이도 다섯 살 어린아이인데 말할 줄 안다고, 집에 더 작은 아기가 있다고 자꾸 큰 아이 취급하게 된다. 두 아이를 키우며 마음의 무게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가을이는 요즘 사람을 엄청 따른다. 어느 정도냐면 엘리베이터나 길에서 만난 사람이 '아유 예쁘다'하면서 사랑스러운 눈빛만 보내도 자기 좀 안아달라면서 팔을 벌린다. 봄이는 이 무렵에 낯선 사람만 보면 엄청 울었다. 두 돌까지도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오면 하도 울어서 방 안에서만 데리고 있어야 했다(효녀라 그런가). 그래서 가을이의 이 살가움이 퍽 신기하고 귀엽다.

-처음으로 가을이를 놀이터나 잔디밭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봄이를 데리고 하원하고 오는 길이면 꼭 집 앞 놀이터나 잔디밭에서 봄이가 놀다 가고 싶어 하는데, 요즘은 가을이가 유모차에서 내려오고 싶어 한다. 가을이도 하도 어디를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본래 내 성격 같아서는 몸 사렸을 텐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모래나 잔디 위에 내려놓는다. 그러면 몸을 들썩이며 좋아한다. 봄이랑 가을이랑 둘이 앉아서 노는 걸 볼 때 온전한 행복감과 충만감을 느낀다. 나도 남동생과 잘 지내야겠다. 이게 효도구나 싶다.

-봄이는 갈수록 기질과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밝고 씩씩하고 적극적이다. 나랑 많이 닮았다. 놀이터에 가서 처음 만난 언니에게 "언니, 안녕? 나 봄이야. 우리 같이 놀자!"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저씨는 쑥스럽다고 인사를 하지 못하고 내 뒤에 숨는다. 뭐든 배우고 싶어 하면서도 대놓고 가르쳐주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해한다. 좀 어렵다. 가을이는 이제 하나씩 기질이 드러나는데 그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어떤 성격일지 너무 궁금하다. 첫째를 보니 돌에서 두 돌 사이에 성격이 어느 정도 보이는 듯하다. 둘 다 내 배에서 나왔는데 서로 다른 게 신기하다.

-봄이가 금요일에 유치원에서 콧물감기를 옮아왔다. 봄이는 집에 있는 약을 먹으니 금방 괜찮아졌는데 이번으로 두 번째 가을이가 또 감기에 옮았다. 이틀 내내 코가 꽉 막혀서 숨이 안 쉬어진다고 밤새 운다. 월요일에 남편이 출근을 안 하고 같이 가을이 병원을 데려가고 돌봐주었다. 소아과에 가니 대충 보고 마는데 혹시나 해서 간 옆에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꼼꼼히 봐준다. 막힌 귀와 코를 보여주고 뚫어주었다. 앞으로 감기는 이비인후과에 가야겠다. 봄이는 16개월에 어린이집에 가서 처음 감기에 걸리고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가을이는 누나가 조금만 아파도 따라 아프다. 돌 전 아기는 비상약도 못 쓰고 병원 약도 소량밖에 못 써서 아프면 오래간다. 너무 안쓰럽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봄이에게 "동생이 어제 밤새 울어서 많이 시끄러웠지?"라고 말하자 "아니야, 가을이가 아파서 나 속상했어"라고 대답하는 우리 천사 같은 봄이. "우리 봄이, 천사야?"라고 하자 신나서 폴짝 뛰며 "와아, 나 천사!!"라고 대답한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딸이 나왔을까. 예쁘게만 보면 마냥 예쁜 딸을 자꾸 내 기분 따라 예쁘게 봤다 밉게 봤다 한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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