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복직병'은 극복될 수 없는가
복직을 앞두고 스트레스성 위염에 걸렸다.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콕콕 아픈 게 반복되어서 결국 위내시경까지 받았다. 어쩌다보니 병원 몇 곳에 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모두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위염이라며 대놓고 복직 같은 큰 일을 앞두고 있냐고 질문해왔다.(아니 어떻게 그렇게 딱 맞추시지!)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러면 복직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야 괜찮아진다며 일단 약을 먹으며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했다. 스트레스성 위염은 중고등학생 때 시험기간 이후 처음인데, 또 내 마음이 힘든 것을 몸이 먼저 알아차렸구나 싶었다.
첫째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뒀을 때는 가히 공포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복직 백 일 전부터 부지런히 수능 국어 공부를 했고, 다행히 복직 후 한 달만에 적응을 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둘째 육아휴직에 들어어갈 때는 이번 복직은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돌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두 번째 복직을 일주일 앞둔 지금 나는 스트레스성 위염에 매일 복직에 관련된 꿈을 꾼다. 나는 또 왜 이렇게 복직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정녕 이 '복직병'은 내 삶에서 극복될 수 없는가.
일단 코로나 4단계로 한 달 동안 두 아이를 다시 가정보육하면서 복직 공부를 거의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 직전에 수능 국어 문법 파트만 빠르게 한 번 ebs인강을 돌려봐서 한숨 돌리기는 했으나 돌아가자마자 중세국어 파트를 가르쳐야하는데 아직 자신이 없다.
게다가 2학기 복직할 무렵에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가라앉아 안심하고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고 복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800명대의 역대급 확진자수가 나오는 이 시점에 마스크도 못하는 돌쟁이 둘째를 비롯해 두 아이를 기관에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다.
또한 4단계로 개학하자마자 원격수업을 할 가능성을 생각하니 아직 온라인 수업에 대해 아무런 연수도 못받은 상태라 더 마음이 불안하고 두렵다. 평소 컴퓨터나 기계를 다루는데 서툰 내가 기존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작년 일 년 내내 시간을 갖고 적응한 원격수업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또한 2학기 복직이라 아이들과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상으로 라포르 형성을 무사히 할 수 있을지도 염려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주에 학교에 내 짐을 풀러 방문했는데 교무실 팻말도 붙지 않은 학교의 남는 공간에 유리가 깨진 책상을 주었다. 만감이 교차하며 모멸감이 스쳤다. 동시에 그동안 내가 믿고 따르던 선배 선생님이 퇴직하고 학교에 안 계신 점과 유일하게 마음 열고 지내던 동기가 육아휴직에 들어간 사실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내가 학교에 돌아가면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는 것 같은 괜한 기분에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시어머니에게도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며칠을 속상해하며 지냈다. 그나마 남편이 매일같이 공감하고 위로해줘서 상한 마음을 조금씩 싸매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 본다. 다 지나간다. 다 괜찮다. 그동안 살면서 만난 그 어떤 두려움도 시간이 약이었다.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들이 합력해서 선을 이룰 것이다. 첫째 육아휴직 때 더 오래 쉬고도 복직해서 금방 잘 해냈다. 그동안 늘 담임하며 두 과목이나 두 학년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비담임에 두 학년이니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코로나에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 일하면 더 안전하고 편안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어느 곳에서나 꽤 유능했고 잘 적응해냈다. 70점만 하자고 생각하자. 그래도 잘한다. 여전히 나에게 호의적인 선생님들이 학교에 있다. 도움 받아가며 차근차근 적응해나가자. 친한 사람들이 학교에 없으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다. 나는 늘 수업에서 아이들과 행복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나의 이 두려움과 걱정과 불안한 마음들이 나를 더 좋은 교사이자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갈 것이다. 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