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을까
개학 전날 임시공휴일이지만 마음이 불안해 출근을 했다. 사실 그 전주부터 시간될 때마다 학교에 나가서 자리 정리도 하고, 코로나로 새롭게 도입된 여러 스마트 기기들을 사용하는 법도 배웠다. 당장 개학 첫날부터 처음 해보는 원격수업을 진행해야하니 부담이 컸다. 평소에도 기계치라 교실 티비 키는 것도 버벅대던 나인데 태블릿pc, 구글 미트, 구글 클래스룸, 크롬북, 전자칠판 등을 이용해서 수업을 해나가야한다니 두려움이 앞선다. 나이든 선생님들도 차근차근 적응해서 다 해나가신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운전처럼 차근차근 배워나가보자.
첫째 육아휴직 때는 복직해서 날개를 단 기분이었다.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은 나도 좋았다. 남이 차려준 밥인 급식은 어찌나 맛있던지. 급식 먹은 이후 아기의 방해 없이 믹스커피를 마실 때의 안락함이란! 오랜만에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 수다 떠는 즐거움도 컸다. 일주일만에 내 팬이라며 수업 시작 전부터 복도에 나와있는 학생들도 귀여웠다. 연예인을 닮았다며 마구 뛰어주는 아이들의 립서비스에 자존감이 마구 올라갔다. 오랜만에 하는 수업 준비도 재미있었다. 복직 후 첫 월급이 찍혔을 때 오랜만에 나도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유능감을 느꼈었다. 첫번째에도 잘 했으니까 두 번째 복직도 무리없겠지? 첫째 때는 복직 직전에 공포감을 느꼈는데 둘째 때는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그정도로 두렵진 않았다. 다만 내가 집에서 두 아이를 케어하며 학교에서도 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시간과 체력이 걱정일 뿐이다.
그래도 오늘 예전 내 부장선생님께서 복직을 축하한다며 점심을 사주신 게 마음에 격려가 되었다. 사람은 마음이 작아져있을 때 소소한 따듯함에도 큰 위로를 받는 것 같다. 항상 타인에게 친절해야지. 부디 큰 일 없이 무사히 개학날을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