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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Oct 14. 2021

교사맘 복직 일주일간의 기록-화요일

드디어 개학!

  드디어 개학일이다. 긴장한 마음에 아침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아침 출근을 하려는데 둘째가 현관에 따라 나와 운다. 첫째 휴직 후 복직 때는 첫째가 자기도 따라나간다며 가방을 메고 나온 기억이 난다. 평소 잘 울지 않는 둘째가 우니 당황스럽고 짠하다. 아직 너도 많이 어린 아기인데... 새삼 속상했다.      


  개학날 교직원 회의에서 복직 인사를 했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전교사 앞으로 나오라고 하셔서 당황해 인사말을 버벅거렸다. 복직해서도 여전히(?)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추구했는데 망했다.      


  학교에서 친한 동기 선생님이 휴직 중이라 어색한 사이인 앞자리 선생님께 첫 수업 10분만 동행을 부탁드렸다. 혹시 원격수업에 들어가지도 못할까 걱정돼서였다. 흔쾌히 도움을 주셔서 무사히 첫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고1 두 과목, 고3 한 과목으로 세 과목이었다. 실제 부담을 갖고 수업 준비를 할 과목은 고1 하나라 그동안 해온 수업 부담보다 훨씬 덜한데도 초반에 세 종류의 오티를 준비하니 부담이 되었다.     

 

  복직 첫날, 휴직 전 부서 부장님들이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주셨다. 부장으로 바쁜 가운데도 마음 써주셔서 감동받았다. 나도 이런 선배가 되어야겠다. 마음으로 많이 의지하던 같은 국어과 선배가 퇴직하시고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국어과 선배 누구도 먼저 와서 반겨주는 사람이 없다. 내가 자리를 찾아다니며 한 번 더 인사했다. 내게 별다른 관심 없는 국어과 선배 선생님들에 대한 서운함보다, 챙겨주는 선생님들의 특별한 마음에 더 감사하자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첫날부터 수업이 4시수가 있었다. 처음엔 긴장된 마음에 무사히 원격수업으로 접속된 것만으로도 안심이었는데, 계속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실시간 수업에서 화면에 얼굴을 안 비춰서 슬슬 화가 났다. 대놓고 카메라를 벽에 비추거나, 컴퓨터에 캠이 없다고 배 째라는 식이거나, 심지어 캠을 켜놓고 라면을 먹는 아이도 있었다. 어떤 반은 단 한 명도 눈을 보며 수업하는 애가 없어 힘이 쭉 빠졌다. 뭔가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처음 쓰는 태블릿과 크롬북 등 일 년 사이 학교가 엄청 새로워졌다. 막상 비담임에 교과나 업무도 이전의 절반인데 왜 이렇게 낯선 게 많은지 모르겠다. 수업 도중에 태블릿 펜이 충전이 안 되어 작동이 멈추었다. 급한 마음에 교무실로 뛰어가 다른 선생님 펜을 빌려 필기를 했다.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막상 원격 수업을 시작해보니 막연했던 불안감이 다소 진정되고 조금이나마 감이 잡혀 다행이다.     

 2학기 복직자가 나 하나라서 모두가 적응한 환경에 나만 낯설어 더 힘들게 느껴진다. 경험상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3월 복직이 심리적으로 더 나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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