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돌의 지혜 Oct 14. 2021

교사맘 복직 일주일간의 기록-수요일

아이들과의 눈치게임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가려가며 온라인 수업 참여에 차이를 보인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이들이 젊은 새로 온 선생님 간을 보고 있구나 싶어 수업에 들어가 작심하고 아이들을 반협박했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수업하자는 말에도 화면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꼼짝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조금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화면에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내가 매 수업 때마다 태도를 기록하는 생기부 기록지를 화면에 펄럭여 보여줬다. 내가 가르쳐온 제자들을 운운하며 너네 선배들은 수업 태도는 기본이었다며 되게 경력 많은 척을 했다. 스스로 유치하다 생각했지만 다행히 나의 센 척이 먹혔다. 귀여운 것들. 하나 둘씩 빼꼼 화면에 얼굴을 비추더니 심지어 질문도 하기 시작한다. 수업하기 훨씬 수월하다고 느껴졌다.     


  졸업한 제자에게 복직 축하 문자 받았다. 자기 동생이 학교에 다닌다며 좋은 선생님 오셨다고 들었다고. 벌써 선생님을 격려할 줄도 알고. 다 컸다.     


  막상 수업 준비를 하고 교과서 수업에 들어가보니 지레 겁먹었던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었다. 다행이 아직 입은 살아있나보다. 다만 전보다 훨씬 수업준비나 수업이 재미가 없다. 어째서일까. 예전에도 고3 수업과 수업준비가 힘들어도 재미있었다. 모두가 열정적이라 그랬을까. 수업 전개 속도가 빨라서 그랬을까. 온라인으로 학생들 얼굴이나 표정을 못 보니 너무 아쉽다. 수업에서 우리만이 공유하는 그 공기가 그립다. 빨리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교실에서 만나도 마스크를 끼고 눈으로만 소통해야겠지만 같은 교실 속에서 서로 오가는 그 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교사맘 복직 일주일간의 기록-화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