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돌의 지혜 Oct 14. 2021

교사맘 복직 일주일간의 기록-목요일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들

  오늘은 아침에 나오는데 두 아이가 현관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침에 최대한 조용히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도 내가 일어나는 소리에 아이들은 따라 나선다. "아직 깜깜해. 더 자도 돼."라고 말해주면 "엄마 화장하는 거 옆에서 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따라 나선다. 그리고 내가 옷 갈아입고 화장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는 것을 졸졸 따라다니며 지켜본다. 푹 더 자면 좋겠으면서도 이 시간이 싫지 않다. 


  졸업한 제자가 수능원서를 접수하러 학교에 들렀다며 교무실 내 자리로 왔다. 대학에 간 아이였는데 전공 적성 안맞아서 다시 준비 중이라고 했다. 나에게 ‘선생님, 여전히 너무 예뻐요. 선생님은 일주일이면 애들 마음 다 휘어잡으시는 분이잖아요. 걱정마세요.’라고 말해주었다. 매년 이렇게 무조건 나를 사랑해주는 학생들로 버텼는데. 올해도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나는 평소 담임반 외 학생들에게는 핸드폰 번호 공개를 안 하는데 갑자기 내 번호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문자가 왔다. 알고보니 교원안심번호를 보고 연락했다는데 이건 또 뭔가. 학교에 새로운 게 많아 당황스럽다. 써보니 매우 불편한 어플이다. 학생들 연락에 바로 답장할 수 없고 쉽게 내 번호가 노출된다. 내년부터는 업무용 핸드폰을 마련해야겠다.      


  동료교사에게는 친절하고, 학생들에게는 단호한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예전에는 동료교사들에게 너무 호구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학생들에세 너무 센 척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내 모습을 인정하기로 했다.       

     

  소설 수업을 준비하며 소설 속에서 아들의 죽음을 겪은 엄마의 마음이 적힌 구절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이제 내가 남녀의 사랑 뿐만 아니라 부모의 자식 사랑까지 공감할 수 있게 되었구나 싶었다. 인생 경험이 쌓일수록 더 성숙한 교사가 되기를.     

작가의 이전글 교사맘 복직 일주일간의 기록-수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